한국의 사회주의 운동사에 대하여

목차

1.머리말

2.한국사회주의 운동의 기원

3.1920년대 각파 공산주의 그룹과 조선공산당

4.세계대공황기의 사회주의운동

5.일제말기의 사회주의운동

6.맺음말

본문내용

었다. 첫째 반일 민족통일전선 전술을 더욱 폭넓게 취하고 있었다. 193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사회주의자들에 의해 고려되지 않고 있던 상층통일전선 전술이 태평양전쟁 막바지 단계에서는 실행에 옮겨지고 있다. 그것은 건국동맹과 같은 통일전선단체결성에 민족주의 상층 인사들과 함께 사회주의자들이 참여하는데서 잘 드러난다.
둘째 중일전쟁과 태평양전쟁에 대해 반전투쟁을 선전선동했다. 사회주의자들은 군수산업부문의 무력화를 위해 해당부문 노동자의 조직화에 노력했으며, 그에 기초하여 파업이나 태업투쟁을 전개하려고 노력했다. 또한 징병, 징용, 공출 등과 같은 일제의 전시 총동원정책을 파탄시키는 것을 하나의 운동과제로 설정했다.
셋째 결정적 시기의 무장봉기 전술을 채택했다. 당시 사회주의자들은 중일전쟁이 장기화하고 태평양전쟁이 발발하자 조선혁명의 결정적 시기가 임박해 오고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그 판단은 전쟁에서 일본의 패전이 불가피하다는 인식과 연관된 것이었다. 특히 태평양전쟁 말기에 이르면 일본의 패전을 확신하게 되었으며, 그에 대비하여 적절한 시기에 반일 무장봉기를 일으킬 수 있도록 다각적인 군사정책을 실행에 옮기고 있었다.
일제말 전시파쇼체제하에서 정세흐름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독립을 예견하고 그것을 위해 투쟁했던 사회집단은 청년, 학생층이었다. 청년, 학생층은 당시 급변하는 정세 속에서 사회주의자들의 일정한 연계하에 통일전선 정책, 반전투쟁, 결정적 시기의 무장투쟁을 실행에 옮기기 위한 준비활동에 나서고 있었다고 한다.
Ⅶ. 맺 음 말
이상에서 일제하 한국 사회주의 운동사에 대한 최근 10년간의 연구성과를 개괄해 보았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연구 자체가 자유롭지 않았던 이 주제에 관해 이처럼 많은 연구성과가 축적되었으며 다양한 논점이 형성되었다는 것은 일제시대사에 대한 우리 학계의 이해의 폭이 그만큼 넓어졌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양적으로 풍요로운 성과를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그 속에는 연구 방법과 서술체계에서 적지 않은 문제들을 안고 있다. 우선 연구사상의 공백을 메운다는 취지하에 사건과 단체, 인명을 평면적으로 나열하는 경향이 팽배해 있음을 지적해야 할 것이다. 그 동안 연구된 적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연구대상을 선택하고, 비슷비슷한 목차 구성하에 그 어떤 유의미한 역사학적 명제도 산출하지 못하는 연구논문들이 적지 않은 형편이다.
또한 지수걸과 이준식이 이미 지적한 바 있듯이 최근 10년 내에 발표된 사회주의 운동사 연구논저들 속에는 조직과 지도자, 노선과 이념을 중심으로 서술하는 관행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 그 결과 민중은 이념과 운동단체의 포로인양 수동적으로 그려졌고, 살아 숨쉬는 민중의 역동성은 사상되고 말았다.
우려할만한 경향 가운데 하나는 이른바 '정통성'의 탐구를 사회주의 운동사 연구의 목적으로 삼는 태도이다. 이 경향에 대한 비판은 몇몇 연구자들에 의해 제기된 바 있다. 최근 10년 내의 연구논저들 속에는 사회주의 운동 내의 한 흐름을 '정통'으로 규정하고, 그와 다른 흐름을 '좌우편향'을 범한 것으로 평가하는 경향이 적지 않게 포함되어 왔던 것이다. 이 경향은 연구자 자신의 입장에 따라 선택된 일부 사실들을 부각하거나, 막연한 주관적 판단에 근거해서 연구하는 태도를 조장했다.
일제하 사회주의운동사 연구의 새로운 전진을 위해서는 연구방법의 새로운 혁신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첫째 사회주의운동을 연구대상으로 하되, 그와 모순된 지위에 처했던 대립물과의 상호 연관 속에서 관찰해야 할 것이다. 사회주의 운동의 지도층과 단체, 사건만을 도드라지게 부각하는 방법에 의거해서는 역사학적인 명제를 도출하기 어렵다. 사회주의자들의 활동상을 일본 식민통치세력이나 여타 정치세력과의 관련 속에서 서술할 것이 요청된다.
둘째 정치 정세의 변동 과정에 밀착하여 사회주의 운동을 연구해야 하겠다. 사회주의 운동은 고조와 퇴조를 되풀이하면서 진행되어 왔다. 혁명적 고조기와 지배체제의 안정기가 교체해 가는 정세의 역동성이 왜 나타났는지, 사회주의자들의 행동과 사상의 변화가 그러한 정세변화와 어떤 연관을 갖고 있었는지를 동태적으로 조명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셋째 정치적 현상의 인과관계를 사회주의자들의 언술에 의거하여 설명하는데 그칠 것이 아니라, 당시 조성된 계급관계와 사회집단의 이해·의지·정서 등과 연관지어 설명할 수 있어야 하겠다. 그 연후에야 비로소 사회주의 운동사 서술은 무미건조한 연대기에서 벗어나, 살아 움직이는 인간의 역동성을 그려낼 수 있을 것이다.

키워드

한국,   사회주의,   운동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