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굿맨브라운
본 자료는 4페이지 의 미리보기를 제공합니다. 이미지를 클릭하여 주세요.
닫기
  •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해당 자료는 4페이지 까지만 미리보기를 제공합니다.
4페이지 이후부터 다운로드 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목차

1. 여행을 미루어주세요

2. 알고 지내는 사람이 많다네

3. 교리문답을 가르쳐준 부인이

4. 낯선 곳의 익숙한 목소리들

5. 어둠에 몸을 숨긴 무리들

6. 거대한 죄악의 핏자국

7. 침울한 사람

본문내용

그 가련한 사나이는 페이스가 자신의 옆에 서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페이스 역시 자신의 남편이 신성 모독의 제단 앞에서 몸을 떨고 서 있는 것을 보았다.
7. 침울한 사람
"보라, 나의 어린양들이여, 그대들은 내 앞에 나란히 서 있지 않은가." 제단 위의 형상이 깊고 엄숙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 엄숙한 말소리에는 어떤 깊은 절망과 슬픔이 담겨 있는 것처럼 들리기도 했다. 그 소리는 한때 천사였던 그의 본성이 비참한 인간을 위해 아직 슬퍼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너희들은 서로의 마음에 의지해왔다. 그러면서 선(善)을 갖추는 것이 결코 꿈만은 아니라는 희망을 품어왔겠지. 하지만 이제 그대들은 환상에서 깨어난 셈이다. 악이야말로 인류의 본성인 것이다. 그리고 악이야말로 너희들의 유일한 행복일 수밖에 없노라. 나의 어린양들아, 너희 종족의 성찬식에 온 것을 다시 한 번 환영하노라."
"환영하노라." 악마의 숭배자들이 절망과 승리의 감정을 함께 담은 목소리로 이렇게 따라서 소리쳤다.
이 암흑의 세계에 모인 사람들 가운데 오직 그들 한 쌍의 남녀만이 악에 빠져들 것인가를 미처 결정하지 못하고 망설이며 서 있었다. 제단 바위에는 마치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물그릇처럼 움푹 패인 곳이 있었다. 그 안에 담긴 액체는 붉은 빛이었다. 불빛이 비쳐서 그렇게 보이는 것인가? 아니면 정말 피였던가? 아니면 그저 불이 붙은 액체였던가?
악의 형상은 거기에 자신의 손을 담갔다가 꺼내어 그들의 이마에 세례의 낙인을 찍을 준비를 했다. 그러한 표지를 받음으로써 그들은 그 신비로운 죄악에 동참하게 되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그 죄악에 마음속 깊은 비밀로 또는 직접 행동으로 함께 하게 되는 것이다.
남편은 아내의 그 창백한 얼굴을 다시 한 번 바라보았다. 페이스 역시 남편의 창백한 얼굴을 바라보았다. 다시 한 번 서로에게 힐끗 눈길을 주었을 때 그들이 본 것은 죄에 더럽혀진 불쌍한 인간의 모습이었다! 자기가 상대방에게 보여준 모습, 그리고 상대방이 자기에게 보여준 그 모습 때문에 그들은 함께 몸서리를 쳤다.
"페이스! 페이스!" 남편은 소리쳤다. "하늘을 우러러보면서 우리 이 사악한 악마와 싸웁시다."
페이스가 그 말에 순종했는지 그렇지 않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렇게 소리치는 순간 그는 자신이 고요한 밤 고적한 숲 한가운데 홀로 던져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숲 속을 가로질러 비틀거리며 사라져가는 바람의 울부짖음에 귀를 기울이며 그는 서 있었던 것이다. 그는 비틀거리며 걷다가 바위에 부딪혔다. 바위는 차갑고 축축했다. 차가운 이슬이 그의 뺨을 적셨다. 조금 전 불길이 타오르고 있던 그 실가지들에 맺혀 있었던 이슬이었다.
다음 날 아침 젊은 굿맨 브라운은 천천히 세일럼 마을의 거리로 들어섰다. 그는 넋 나간 사람처럼 그의 주변을 멍하게 바라보았다. 믿음 깊은 그 늙은 목사님이 교회 묘지 근처를 산책하고 있었다. 그렇게 산책을 하면서 목사님은 아침 식사의 식욕을 돋구고 또 설교할 내용을 깊이 생각해보는 것이다. 목사님은 굿맨 브라운을 스쳐 지나가면서 축복의 말씀을 해주셨다.
젊은이는 마치 저주를 피하기라도 하듯 몸을 움츠려 이 거룩한 성자를 외면했다. 노집사 굿킨은 집에서 기도에 열중하고 있었다. 젊은이는 활짝 열린 창문을 통해 그의 기도 소리가 새어나온느 것을 들을 수 있었다.
"저 마술사 녀석은 도대체 어떤 신에게 기도를 드리는 것일까?" 굿맨 브라운은 이렇게 중얼거렸다. 이제 머리가 벗겨진 할머니, 경건하기 짝이 없는 크리스찬인 클로이즈 부인은 격자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이른 아침 햇살에 몸을 맡긴 채 서 있었다. 파운드 짜리 우유 병을 들고 온 어린 소녀에게 교리문답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굿맨 브라운은 악마의 손아귀에서 빼앗아 오듯 그 아이를 잡아채서 데리고 갔다. 교회 부근 길모퉁이를 돌자 연분홍빛 리본을 단 페이스의 머리가 흘끗 보였다.
그녀는 근심스러운 표정으로 길거리를 지켜보고 있다가 남편을 보자 얼굴을 활짝 펴고 뛰어왔다. 그녀는 동네 사람들이 다 지켜보는 앞에서 그에게 키스라도 할 모양이었다. 그러나 굿맨 브라운은 엄숙하고 슬픈 표정으로 그녀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인사말도 하지 않고 그녀를 그냥 지나쳤다.
굿맨 브라운은 혹시 숲 속에서 잠이 들었던 것 아닐까? 그래서 마녀들의 모임에 참석하는 사나운 악몽에 시달렸던 것 아닐까?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그것은 젊은 굿맨 브라운에게 불길한 조짐을 보여준, 재수 없는 꿈이었을 것이다. 그 무시무시한 꿈에 시달린 밤이 지나고 난 다음 그는 사람이 완전히 변했던 것이다. 비록 절망에 빠졌다고까지 표현할 수는 없다 해도 그는 어딘가 엄숙하고 슬픈, 침울하고 의심이 많은 사람이 되어버렸다.
안식일에 신자들이 성스러운 찬송가를 부를 때도 그는 그 노래 소리에 귀를 기울일 수 없었다. 죄악을 찬양하는 노래 소리가 그의 귀에 밀려들어와 모든 축복의 가락을 묻어 버렸기 때문이다.
목사님이 설교단에서 힘찬 웅변으로 설교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목사님이 성경에 손을 얹고 온 힘을 다하여 성스러운 진리에 대해, 성자와 같은 삶과 승리에 찬 죽음에 대해, 미래에 누리게 될 천국의 기쁨이나 말로 형언할 수 없는 불행에 관해 설교할 때, 굿맨 브라운의 얼굴은 하얗게 질리곤 했다. 이 백발의 신성 모독자와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모든 사람들의 머리 위로 교회의 천장이 요란하게 무너져내리지 않을까 두려웠던 것이다.
때때로 한밤중에 갑자기 잠에서 깨어나면 그는 질겁을 하고 몸을 움츠려 페이스의 곁에서 물러나기도 했다. 아침저녁으로 온 가족이 모여 무릎을 꿇고 기도를 드릴 때 그는 얼굴을 찡그리거나 혼자말로 투덜대면서 아내를 무섭게 노려보다가 그 자리를 떠나기도 했다.
이렇게 그는 점점 나이를 먹었다. 그리고 백발이 되어 죽고 나서 묘지로 옮겨졌다. 이제 할머니가 된 페이스, 자식과 손자들, 그리고 적지 않은 이웃 사람들이 커다란 장례 행렬에 참가해 그의 뒤를 따랐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의 묘비에 희망이 담긴 어떤 비문도 새겨 넣지 않았다. 그의 임종이 너무나 침울했기 때문이다.

키워드

  • 가격500
  • 페이지수12페이지
  • 등록일2003.10.21
  • 저작시기2003.10
  • 파일형식한글(hwp)
  • 자료번호#227407
본 자료는 최근 2주간 다운받은 회원이 없습니다.
청소해
다운로드 장바구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