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준 단편소설에 나타난 아이러니기법 고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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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자리에 앉았는
지 자기의 넘어질 뻔하는 꼴에 깔깔 웃는 소리만 굴러 나왔다.
…… ( 중 략 ) ……
철수는 멍-하니 섰다가 언젠지 저도 모르게 발을 떼어 놓았다.
뚜-
얼마 안 걸어 차가 다시 패천을 떠나는 소리가 별 밝은 하늘을 울려왔다.
'벌서 패천을! 패천 다음엔 흡곡, 자동, 상음, 오게, 안변.'
작년 여름에 달포를 두고 애를 써 외워 넣은 그 정거장 이름들이다. 철수는 울음이 나
오려는 입속으로 그것을 외우며 자꾸 걸었다.
'철수'의 허둥대는 꼴을 보고 깔깔거리는 서울 처녀의 웃음소리가 바로 귀에 들리는
듯한, 또한 터져 나오려는 울음을 참으면서 달포 동안 외어 놓은 정거장 이름들을 중얼
거리며 걸어가는 한 순박한 시골 청년의 뒷모습이 눈에 보이는 듯한 장면이다. 결국 그
처녀에 대한 자신의 짝사랑이 이렇게 허망하게 끝나버릴 것도 모르고 철수는 그 처녀를
위해 정거장 이름을 열심히 외웠던 것이다. 아이러니칼한 운명이다. 상황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6.
이상과 같이 상황의 아이러니가 두드러진 작품으로서 <행복> <산월이> <미어기> <박
물장사 늙은이> <철로> 등을 다소 장황하게 살펴보았다. 이 작품들을 원문 그대로 인용
하면서 다소 장황하게 살펴본 까닭은 우선 무엇보다도 이러한 작품들을 분석하면서 어
떻게 상황의 아이러니기법이 적용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를, 구체적인 예를 들어 설명
해 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또한 여기에는 여러 작품들 속에 숨겨져 있는, 이태준 소
설에서 맛볼 수 있는 참신한 묘사와 표현의 묘미를 독자들에게 제공할 기회를 주어야겠
다는 의도도 아울러 포함되어 있다고 하겠다. 지금까지 살펴본 작품들 이외에도 상황의
아이러니라는 개념에 꼭 합당하지는 않지만, 넓은 의미에서의 아이러니 양상을 보여주
는, 즉 아이러니칼한 작품들도 적지 않다.
먼저 <복덕방>이다. 살아 있을 때에는 안경다리 고칠 돈이 없어서 안경을 종이노끈
으로 묶고 다니던, 아버지의 안경다리를 고쳐줄 생각은 안하고 아버지의 보험료 나가는
것만 아까워하던 딸을 둔 '안초시'가 죽자, 그는 무용가인 딸의 체면으로 해서 호화로
운 장례를 맞게 된다. 이에 복덕방 주인 '서참의'는 '나 서참일쎄 알겠나? 흥…… 자네
참 호살쎄 호사야…… 잘 죽었느니 자네 살았으문 이만 호살 해 보겠나? 인전 안경다리
고칠 걱정두 없구……'라고 말하면서 안초시가 오히려 잘 죽었다고 생각한다. 비참하게
살던 그가 죽고 나서는 호사를 누린다. 아이러니칼한 '안초시'의 일생이다.
<꽃나무는 심어 놓고>도 아이러니를 담고 있는 작품이다. 한국인 지주의 몰락으로
일본인 지주가 들어서자 한 때 모범촌으로 불리우던 동리의 소작인들은 점점 올라가는
소작료를 견디다 못해 한 집 두 집 마을을 떠난다. 군청에서는 이들의 이농을 막기 위
해 사구라나무를 나누어 주고 심도록 한다. 소작인들의 마음을 달래기 위해서이다. 그
래도 떠날 사람은 계속 떠난다. 방서방도 식솔들을 이끌고 서울로 오지만 아내는 잃어
버리고 어린 것은 추위와 굶주림에 못이겨 죽고 만다. 어느덧 봄이 왔다. 사방에는 사
구라꽃이 구름처럼 피어났다. 지게꾼 노릇을 하고 있는 방서방은 만발한 사구라꽃을 보
고 고향 생각을 한다. '우리가 심은 사구라나무도 저렇게 피었으려니 …… 동네가 온통
꽃투성이려니……' 이런 세상이 방서방에게는 '정칠놈의 세상'으로 보인다. 고향에다가
잔뜩 꽃나무는 심어 놓고, 서울로 올라와서는 아내도 자식도 잃어버리고 이게 무슨 꼴
이란 말인가? 그렇기에 이 작품의 제목은 '꽃나무는 심어 놓고'인 것이다. 그래서 우리
는 이와 같이 작품의 내용에서나 제목에서 다 같이 극명하게 나타나는 아이러니의 양상
을 쉽게 찾아볼 수가 있게 되는 것이다.
<토끼 이야기> 역시 마찬가지이다. 주인물 '현'은 자신이 근무하던 신문사가 문을
닫자 생계를 해결하기 위해 퇴직금을 털어 토끼 사육을 시작한다. 그러나 얼마가지 않
아 토끼 먹이가 품귀되는 현상이 벌어져 토끼를 처분해야 할 지경에까지 이른다. 그렇
지만 '가죽이면 얼마든지 일시에 처분할 수가 있으나 산것채로는 어디서나 멕이가 문
제'였다. 또한 '사십여 마리를 일시에 죽이자니 집안이 일대 도살장이 되어야' 했다.
더구나 아내는 고사하고라도 '현'은 남자이면서도 닭의 멱 하나 따 본적이 없'는 위인
이다. '현'이 토끼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고심하던 어느 날, 물 좀 떠달라는 아내의
소리를 듣고 내다보니 아내의 두 손은 피투성이다. '안해는 시칼을 가지고 어떻게 잡았
는지 토끼가죽을 두 마리나 벗겨 놓은 것'이다. 게다가 아내는 지금 '해산달이 멀지
않'은 임부이다. 현은 '피투성이의 쩍 버린 열 손가락, 생각하면 그것은 실상 자기에게
물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였다'는 생각을 한다. 아내는 그에게 그의 손으로 토끼를 죽일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토끼를 하루 빨리 없애야 '하로에 일원 사오십전씩' 나가
는 토끼 먹이값을 건질 수가 있게 된다. 남자도 하기 힘든 토끼 죽이는 일을, 아내는
더구나 만삭의 몸으로 해치운다. '현'은 배부른 아내가 피투성이의 손가락을 벌리고 서
있는 모습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오로지 생계를 위해서 해산달이 멀지 않은 아
내가 토끼를 죽여야 하는 현실. 아이러니칼한 현실이 아닐 수 없다.
<복덕방> <꽃나무 심어 놓고> <토끼 이야기> 등에서 찾아볼 수 있는 넓은 의미에서
의 아이러니 양상을 보여주는, 곧 아이러니칼한 작품은 이밖에도 <어떤 날 새벽> <색
씨> <아련> <어떤 젊은 어미> <삼월> <마부와 교수> <그림자> <서글픈 이야기> <뒷방
마냄> 등이 있다. 이렇게 본다면 이태준의 단편소설 중에서 아이러니기법으로 짜여진
작품은 총 30편 정도가 된다. 이는 그의 단편 전체의 반이 넘는 숫자이다. 따라서 애초
부터 이태준이 아이러니기법을 의식하고 이를 창작과정의 하나로 이용했는가 하는 여부
를 그의 평론이나 기타 잡문을 통해 검증해 낼 수는 없다손 치더라도, 우리는 지금까지
의 논의를 통해 아이러니기법이 이태준 단편소설의 중요한 하나의 특질을 이루고 있다
는 사실을 분명히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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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페이지수16페이지
  • 등록일2005.03.23
  • 저작시기20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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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료번호#289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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