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공연예술의 경향과 특성 및 남북한과의 비교

목차

1. 머리말

2. 공연예술의 특성과 북한 공연예술의 높은 위상

3. 북한의 공연단체들
1) 국립민족예술단
(1) 개관
(2) 조직
(3) 시설
(4) 주요작품
(5) 주요인물
2) 국립연극단
3) 피바다가극단
4) 만수대예술단

4. 북한 공연예술에서의 대작주의

5. 수용자를 찾아가는 공연과 군중예술

6. 통속성

7. 민족문화유산의 현대적 계승

8. 정서 우위

9. 북한 공연예술계의 새로운 양식개발과 정리

10. 마무리

본문내용

에서는 발레, 연극에서는 프로시니엄 무대의 사실주의, 근대적인 집약적 구성과 재현중심적인 연극 경향, 음악에서는 조성음악 등)으로 협소화되어 있다는 한계를 안고 있다. 남한은 1950, 60년대 경까지 전통예술이 서구 근대예술과 충돌하며 어우러진 성과를 유지하다가, 1970년대에 들어서면서 전통의 원형을 탐구하는 한편 구미의 20세기 예술의 관행으로 전통예술을 재조명하는 방식의 현대화로 나아갔는데 북한은 이와 매우 다른 방식으로 발전한 것이다. 남한의 예술인들이 북한의 공연예술에 대해, 전통문화의 원형 훼손과 지나친 올드 패션을 문제삼게 되는 것은 ,남과 북의 바로 이런 차이 때문이다.
8. 정서 우위
예술행위는 형상을 통해 인간과 세상에 대한 인식과 감정·정서를 표현하고 이를 타인과 소통하는 행위이다. 어떤 예술이든 인식과 정서가 함께 어우러지고 있으나, 작품에 따라 혹은 예술형태(장르)에 따라 인식이 강하기도 하고 정서가 강하기도 하다. 예컨대 사상·학문과 동일하게 문자언어라는 매체를 사용하여 산문적으로 풀어내는 장편소설은 다른 종류의 예술에 비해 인식이 강한 편이며, 음악은 다른 장르에 비해 인식이 매우 약하고 정서나 질감 등이 강하거나 형식·구조 자체가 중요한 예술이라 할 수 있다.
북한의 공연예술은 남한을 포함한 다른 문화권의 공연예술에 비해 정서·감정의 비중이 매우 높다. 북한은 사회주의적 사실주의이든 주체 사실주의이든 사실주의를 중심적인 창작방법으로 삼고 있지만, 실제 작품에서는 혁명적 낭만주의의 경향이 매우 강해 보인다. 음악에서는 노래가 중심적 양식인데, 이 노래는 합리적으로 짜여진 구조가 강한 교향악 등에 비해 정서를 주로 드러내는 선율이나 리듬이 주도하는 예술이다. 기악곡들도 이러한 노래를 중심으로 되어 있으므로 선율이 강한 특성을 보이고 있다. 또한 그 노래의 선율들도 감정을 끌어올리는 비약이 강하거나 여린 감성을 드러내는 것들 많다. 연극이 가극과 단막극 중심으로 발전했다는 것도 이러한 정서 우위의 특성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주로 단막극은 소품이라 인식을 심화시키기에는 한계가 있는데 신작이 많이 나오는 분야는 단막극이다. 그에 비해 화극(話劇)으로서의 장막극은 신작이 그다지 많이 생산되지 않는 편이다. 장막극은 화극보다는 가극이 발달했는데, 가극이야말로 연극과 노래가 결합되어 정서의 비중이 높은 연극이다. 김정일의 담화 가극예술에 대하여』(1974.9.4-6)에서 음악극에서의 '감정조직'의 중요하며 노래와 관현악이 감정선을 타고 울려야 한다고 강조한 것은 이 대목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외에 북한에서 새로 만들어진 양식인 음악무용서사시, 음악무용이야기 등의 양식이 모두 정서와 감정이 강한 음악과 무용 중심으로 이루어졌다는 것도 북한의 공연예술이 정서 우위의 특성을 지니고 있음을 보여준다.
물론 좀더 큰 시야로 보자면, 서구의 작품들에 비하자면 남한의 작품도 합리성과 논리적 인식보다는 감정과 정서의 비중이 높은 편이다. 한국의 희곡과 소설들은 대체로 서구 근대 작품들에 비해 짜임새는 엉성하면서 정서적으로 강렬하다. 그런 점에서 북한 공연예술이 지니는 이러한 특성은 남북한이 함께 지니는 특성에서 기인하는 측면이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 남한의 예술이 정서 과잉의 신파 취향을 1960, 70년대를 거치면서 극복하면서 다양한 경향으로 드러내고 있는 것에 비해, 북한의 작품은 남한의 작품보다 훨씬 더 감정과 정서의 표현이 크고 강렬하여 작품 전체를 이끌어가는 경우가 많다고 할 수 있다.
9. 북한 공연예술계의 새로운 양식개발과 정리
북한의 공연예술계에서는 앞에서 정리한 여러 특성들을 잘 갖춘 새로운 양식을 개발하여 정립하고 있다. 특히 남한의 공연예술 양식이 외래 양식의 이입에 의해 정립되는 경우가 많은 것에 비해, 북한에서는 비교적 자생적으로 만드는 경향이 강하다.
다루는 내용에 따라 혁명가극, 민족가극 등으로 나뉘는 북한의 가극은, 서양의 오페라와 한국의 창극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아리아의 절가화, 방창의 적극적 활용, 개량국악기와 서양악기를 섞은 배합관현악, 흐름식 무대 등으로 통속성과 민족문화유산의 현대적 계승, 정서 우위의 특성을 지닌 북한 나름의 예술양식으로 정립시켰다. 또한 음악무용서사시, 음악무용서사시극, 음악무용이야기 등은 음악과 무용 등 감정·정서 우위의 성격과 대작주의의 특성이 결합한 양식이다.
이러한 종합예술적 새로운 양식은 대부분 서사적인 특성을 지니고 있는 것도 주목할 만한데, 논리적 짜임새를 지닌 극보다 느슨하게 짜인 삽화적 구성을 지니면서 각 부분을 정서적으로 마무리하는 예술이라는 점
) 이영미, <피바다>식 혁명가극의 특성과 서사적 성격, 심포지엄 『북한연극과 희곡문학의 구조와 특성』, 한국극예술학회, 2001.2.20 참조.
에서도 북한 예술의 여러 특성을 잘 드러내는 양식이라고 할 수 있다.
10. 마무리
여태까지 북한의 공연예술이 가지고 있는 특성을 개략적으로 나열해 설명하였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이러한 특성은 북한이 스스로 자신의 공연예술이 지닌 특성이라고 정리한 내용이 아니다. 이러한 것들은 북한 사람들에게는 잘 객관화되거나 감지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이는 이 글에서 비교하여 설명한 남한 공연예술의 특성에 대해 남한 사람들이 평소 그다지 많이 인식하고 있지 않다는 것과 마찬가지일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이러한 특성이 남한의 예술연구자로서의 필자의 눈에 비친 북한 공연예술의 특성이므로, 주로 남한 공연예술과 구별되는 지점에 초점이 두어져 있다고도 할 수 있다. 말하자면 남한과 공유하고 있는, 현대 한민족 공연예술의 특성은 이 글에서 지적하지 않았을 수 있다는 것이다. 남북예술문화교류를 논하면서 늘 따라나오는 민족동질성 회복 등의 명분이 조금 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상을 지니기 위해서, 또한 남북예술문화교류가 거꾸로 남북간의 괴리만을 확인하고 서로에게 상처를 입히는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 이러한 고찰은 반드시 필요하다. 아마 이것은 북한의 예술을 남한의 예술과 비교하고 대조하는 또다른 작업에서 가능하리라 생각하는데, 이 글이 여기에 이르는 작은 디딤돌 하나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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