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의 정치 - 여말선초, 혁명과 문명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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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해 마음대로 결정한다 해도 적어도 나머지 반은 우리들의 지배에 맡겨진 것이라는 마키아벨리의 경구를 되새기며 곧이어 닥칠 임박한 파국에 필사적으로 대처하지 못한 공민왕 5년 이후의 지루한 개혁을 비판했다. 지루한 개혁에 이어 고려가 경험한 6년간의 대규모 전쟁은 공민왕이 고려의 운명을 섬세하게 감지하여 필사적으로 맞서는 신중함을 결여한 결과였다는 것이다. 저자가 판단하기에 공민왕은 고려가 배출한 가장 유능하고 이상적인 왕이었지만 이 시기의 공민왕은 이미 신돈이외에는 누구의 말도 듣지 않고 자기만의 이상 세계의 빠져든 고독한 개인이었다. 따라서 저자는 신돈에게만 책임을 전가하지 않고 역사의 막중한 무게를 외면한 공민왕에게 그 책임을 물었다.
또한 공민왕이 개혁 의지를 가졌던 것은 분명하나 어설픈 개혁과 군신간 신뢰파괴, 좌절과 연이은 실정 등을 보면 과연 그가 개혁군주라 부를 수 있을까 회의적인데, 저자가 말하는 공민왕은 오히려 광기와 불신의 군주이며 타락한 군주이기도 하다. 공민왕 후반기 국정을 좌지우지했던 신돈의 대리정치에 대해서도 지극히 부정적인데, 당시는 부패한 정치상황에 대한 분노만 있었을 뿐 개혁을 이룰만한 비전이나 세력이 없었다는 것이 그런 상황을 초래했다고 본다. 물론 일각에서 조선왕실의 입장이 반영된 고려사의 시각을 그대로 따르고 있는 것은 아닌가?. 흔히 말하는 고려필망론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한 것은 아닌가? 하는 반론을 제기할 수 있지만, 역설적으로 그동안 학계는 고려사의 사료적 정확성을 폄하하면서 개인문집들에 바탕을 두고 당시 시대를 접근함으로써 전체로서의 여말선초를 보지 못했고, 연구자 개인 취향에 맞는 인물들을 선정하여 다소 과하게 평가를 할 수도 있다고 생각되는 만큼 저자가 기존 역사학계와 달리 해석하는 인물평가는 긍정적으로 받아들여 졌다.
이 책을 읽고나서 전반적으로 느낀 점은 첫째는 쇠락하는 고려를 빗대어 ‘고려의 가을’, 공민왕의 반원정책 등을 설명하며 ‘너의 부모는 고려사람이다’. 신돈의 대리정치에 대해 ‘세상을 떠나 독립한 사람의 정치’, 지방정치 개혁과 관련, 수령이 합당하면 백성이 복을 받는다, 불승은 세상의 큰 좀벌레이다 등 각장의 부제를 알기 쉽고 감성적인 말로 표현해놓아 신선하면서도 바로 이해가 갈 정도로 절묘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둘째는 매장마다 역사적 사건내용이나 관련 현상 등 설명에 있어 동서양의 사관철학사고방식 등을 인용하여 백과사전식 부연설명을 해주고 있기 때문에 보통의 역사학계 연구서들처럼 미리 예전 용어들을 어느정도 알아야 읽을 정도로 접근이 쉽지 않은 책이 아니라 저자가 정치에서 의사소통을 중시하듯이 독자들 누구나 수월하게 책과 소통할 수 있도록 해준다는 것이다.
셋째는 공민왕, 우왕, 이성계, 정도전, 정몽주, 이제현, 이색, 최영 등 당시 군주, 정치가, 군인, 학자들이 등장하면서 역동적인 정치드라마가 이 책에서 펼쳐지는데, 일반 역사서들이 한 개인의 삶과 시대상황, 사상이나 개혁방안 등을 있는 그대로 나열하고 있는데 비해 이 책은 공민왕의 경우처럼 기존 역사학계와 다른 관점에서 접근하여 어떤 개인의 모순점을 새롭게 발굴서술하는 등 독자들의 흥미를 배가시키고 있다.
넷째로는 불교에 대한 상세한 이해와 책 구성상 어울릴 것 같지 않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로 가끔 나타나는 주요 등장인물들의 초상화를 볼 수 있는 것도 이와같은 방대한 분량의 책을 읽을 때 한순간의 여유를 갖게 만드는 일종의 보너스 같은 생각이 들었다.
다섯째는 蛇足으로서 광운대 김인호 교수가 지적하고 있는 이 책에 대한 사소한 문제점을 살펴보고자 한다. 저자는 고려후반기 새로운 정치관과 문명관을 제시한 대표적 책으로 ‘대학’을 들면서 ‘대학연의’는 ‘대학’에 역사적 실례를 첨가하여 완성한 ‘대학’의 정치적 해설서 P 216
이며 이성계는 군막에서도 이 책을 열심히 읽었다면서 조선의 창업자가 이 책에 내포된 정치적 상징을 중시했다는 것은 곧 조선의 정치적 이상이 이 책에 응축되어 있다는 점을 시사해준다고 한 것과 관련, 김인호 교수는 비록 ‘대학연의’가 ‘대학’이 지향하는 세계관을 지니긴 했지만 유교경전의 여러구절과 역사적 사례를 같이 제시하고 있는 책이며 이성계가 군막에서 이 책을 열심히 읽었다는 것 역시 동 내용을 인용한 태조실록 자체가 지향하는 의도가 이성계가 군주로서 얼마나 많은 자격을 갖춘 인물임을 입증하는 것이기에 이런식의 의도가 내포된 책자의 표방내용 역사적 진실에는 약간의 거리가 있기 때문에 그런 것을 사실로만 봐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김인호 교수 역시 위와같은 문제는 아주 사소한 것이고 이런 사소한 문제로 인해 이 책의 가치는 전혀 빛을 잃지 않는다면서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가 이 책을 통해서 고려의 가을이 주는 여러 교훈을 발견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마지막으로 저자가 제32회 월봉저작상을 수상하면서 밝힌 소감이 진정으로 이 책을 통해 얻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즉, 여말선초의 격변기를 살다간 사람들의 삶을 보면서 속으로 눈물을 흘릴 때가 많았고 이러한 것이 하늘의 도리(天道)라면 이것은 과연 옳은 것인가, 그른 것인가? 하는 혼란이 있다면서 역사의 신은 너무 느리고 혼란스럽지만 그것은 인간이 걸어야 할 길이라고 한데 이어, 현재로 돌아와 우리 아이들이 커 가면서 이제는 더 이상 자기가 좋아하는 일만 하며 살수 없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고 정말 중요한 것은 우리가 삶으로부터 무엇을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삶이 우리로부터 무엇을 기대하고 있는가는 아닐까 하면서 저자가 독백처럼 자신의 삶이 보다 겸손해야 될 것 같다고 내뱉은 말이 가슴으로 와 닿는다.
많은 분량으로 인해 바쁜 현대인들이 약간의 시간을 투자해야만 읽을 수 있는 책이지만 읽고나면 뭔가 현재의 자기성찰의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우리의 행위가 결과를 보장받지 못하듯이 우리의 의도 역시 이해를 보장받지 못한다. 그것은 역사를 사는 정치적 인간이 감수해야 할 분열이고 이 때문에 정도전은 자신이 마땅히 죽을 자리를 얻지 못했음을 애석해 했다는 내용 역시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삶을 다시한번 되돌아보고 미래를 어떻게 살아갈지를 생각하도록 만든다.
  • 가격1,300
  • 페이지수10페이지
  • 등록일2008.02.13
  • 저작시기2008.2
  • 파일형식한글(hwp)
  • 자료번호#45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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