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떼와 제정러시아 상, 하 감상문(서양문화사)

본문내용

자의 내면세계를 훤히 들여다보듯 그려내었다. 위떼 자신
도 회고록에서, “신경이 아주 예민해서 자기 통제가 내 일생에 가장
큰 과제”라며 강한 의지의 소유자라는 평가를 부담스러워했다. 그렇
다고 하더라도, 위떼가 여성 앞에서는 정작 제대로 구애도 못 했으며,
축복받을 수 없는 사랑을 관철하기 위해 황제 앞에서 사임도 불사하
려 했던 대목에서는, 끝없는 권력욕과 아내에 대한 헌신적인 사랑에
쩔쩔매는 한 남자의 인간적인 모습이 자연스레 다가온다. 이렇듯 저
자의 화법은, 인형 속에 인형이 많게는 수십 개까지 들어 있는 러시
아의 전통 목각 인형 ‘마트료시카’처럼 미세한 긴장감과 잔잔한 재미
를 안겨준다.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 기품 있는 유머, 역사 해석의
균형을 갖춘 저자의 온화하고도 원숙한 필력이 위떼를 사람 냄새 나
는 역사 속의 한 남자로 재현하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전혀 어우러지지 않는 듯이 보이는 위떼의 다양한 내면을
분석하면서, 위떼 회고록과는 상반된 다른 증언들과의 사이에서 어
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역사가로서의 객관성을 시종 유지하고 있
다. 위떼 연구의 완결판이라 할 이 책의 장점이 여기에 있다. 어떤 이
들에게 이 책은 국가와 사회를 위해 헌신하는 고위 관리의 진정한 모
델로 혹은 진정한 리더십의 자질이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게 만들 것
이다. 연구자들에게 이 책은 러시아 제국의 황혼기의 빈 공백을 메워
주는 방대한 1차 자료집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 줄 것이다. 가령
포츠머스강화에서의 위떼의 행적은 마치 역사적 장면을 눈앞에 펼쳐
보이듯 치밀하고도 생생하게 그려 놓았기 때문이다.

키워드

위떼,   제정러시아,   상,   하 ,   감상문,   서양문화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