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기의 민간통일교육

목차

1. 발제 1 통일교육에서 탈분단 시민교육으로
권혁범(대전대 교수)

2. 논평 한홍구(성공회대 교수)

3. 발제 2 민간단체 통일교육의 현황과 과제
한만길(한국교육개발원 연구위원)

4. 토론 1 독일의 평화교육
정현백(성균관대 교수)

5. 토론 2 통일연수교육의 실제와 개선
권영경(통일교육원 교수)

6. 토론 3 여성의 통일의식과 통일교육의 방향과 대안
김귀옥(서울대 사회과학연구원 선임연구원)

7. 토론 4 청소년(학생) 통일교육을 어떻게 할 것인가?
김민곤(광양고등학교 교사)

본문내용

받아 온 남한 국민에게만 특유한 '정신적 결함'이다. (...) 남북관계와 북한 및 통일에 관한 신문기사 또는 방송 프로그램의 발상 기획 제작 편성 방영의 과정에서 진정 언론인이고자 한다면, 북한에 대한 고정관념적 공격과 매도로 일관하거나, (...) 내가 보기에는 민족간의 화해와 평화적 통일을 지향하는 길에서 끝까지 남을 장애요소가 소위 '언론기관'(언론인)이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리영희, 1999 : 275, 317, 359)
「6·15선언」이후 상호 교류가 확대되고 언론사 사장단의 방북이 이루어지는 등, 언론 방송의 보도태도도 달라지고 있는 만큼 청소년들이 접하는 정보의 '사실성'이 더 높아지고, 따라서 의식의 변화도 긍정적인 방향으로 속도가 붙을 것이 분명하다. 이에 발맞추어 학교통일교육도 그 내용과 방법이 풍부해 질 것이다. 비록 지금은 '통일교육 빈자리 JSA가 메운다'는 보도(문화일보, 10월 4일자)가 나올 정도로 학교교육이 채비를 차리지 못하고 있으나 통일문제나 남북문제에 관한 정보가 널리 공개되고 교육의 주체가 형성되어 나감에 따라 상황은 개선될 것이다.
5. 청소년(학생) 통일교육을 어떻게 할 것인가
그러나 아무리 상황이 개선된다고 하더라도 교사들이 먼저 학교통일교육의 내용과 방법을 확보하지 못하면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청소년(학생) 통일교육은 예전의 결과를 답습할 것이 뻔하다. 가장 시급한 과제는 교사들 스스로 통일교육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수립하는 것이다. 반공·반북교육에 익숙한 특정교과의 교사들은 변화된 상황에 부응하여 새로운 교육 내용과 방법을 구안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우리 교사들이 먼저 '통일교육에 필요한 언어'를 습득하는 일이다. 화해와 이해, 통일을 교육하는 교사들은 학생들과 더불어 '냉전체제 속에서 굳어진 학문적 언어 사용을 지양하고, 새로운 통일의 공간을 열어가는 인식론과 언어를 만들어 갈' (조혜정 외, 2000 : 361) 필요가 있다. '학습은 바로 이러한 새로운 언어 만들기 또는 감수성 훈련을 포함'(같은 책) 하기 때문이다. 학생들에게 새로운 통일을 꿈꾸게 하기 위해서는 거기에 맞는 '언어와 의사소통의 코드'가 요구된다는 말이다. 눈을 한번도 본 적이 없는 사람은 '백설공주'를 이해할 수 없다. (김용옥)
"통일은 타자를 수용하는 것이며, 따라서 통일 연구와 교육에서는 지금껏 남과 북 양쪽체제를 지탱해 온 기존의 관점을 넘어서서 제 3의 관점을 만들어 가는 작업이 이루어져야"(조혜정, 2000 : 344)하기 때문에 교사들의 자기 성찰이 반드시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교사 차원의 준비를 선행한 이후 우리 교사들은 어떻게 청소년(학생) 통일교육을 실천할 것인가. 한 조사가 보이는 바에 따르면 '학생들이 통일관련 수업에 관심이 부족한 이유'는 학생들이 통일의식이 낮은 점(58.9%)로 나타났다. 교과서 등 교육자료의 문제(20.9%) 나 수능시험 등에 직접 관련이 없기 때문(18.9%)이기도 하지만 (수업방식의 문제는 1.3% 였다. 어쩌면 바로 여기 함정이 있을지도 모른다) (평통자문회의, 1999, 도덕/윤리교사 대상 설문조사) 여전히 학생들의 무관심이 '통일교육의 최대의 적'이다. 그렇다. '무관심은 곧 지옥이다.' 이 무관심은 결국 통일문제에 무관심한 교사들이 조장했다는 혐의를 지울 수 없다. 거슬러 올라가면 결국 교사들이 적극적인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사회적인 분위기가 차단되어 있었던 데 그 책임을 돌릴 수 있다. '통일'의 '통'짜만 이야기해도 뒷덜미를 잡힌 지난 세월의 학교 현장이었으니 어느 누가 신념을 키울 수 있었겠는가. 이제는 과연 얼마나 여건이 형성되었는가.
청소년(학생)들의 인식 수준을 고려할 때, '화해' '평화' '통일' '민족' 등의 개념은 대단히 무겁고 어렵다. 이런 개념을 내용으로 한 통일교육은 또 다시 '주입식'으로 되어서는 안된다. 통일교육은 학생들의 인성과 가치관, 태도의 변화를 결과할 때 성과를 볼 수 있는 성질의 교육이다. 이런 점에서 청소년(학생) 통일교육은 교실 안에서의 강의식 수업 위주로는 성과를 거둘 수 없다. 특히 서울시 교육청이 시도하는 '5분 통일교육' 차원의 교육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48.4%, 평통자문회의 조사).
청소년(학생) 통일교육은 특정교과와 교실을 넘어, 학교를 넘어 구상될 필요가 있다. 앞에서 보았듯이 정보가 부족하고 언어가 준비되지 않은 '중딩' 고딩'들의 토론은 '채팅' 수준으로 떨어지기 쉽다. 교육과정이나 교과서와 관련하여 말하자면 '합의통일' '협상통일'의 정신을 반영하는 방향으로 전혀 새롭게 구성되어야 한다. 이는 도덕, 윤리 교과서에 국한된 일이 결코 아니다. 또한 교육방법에 있어서는 영상세대에 맞는 영상교육자료의 개발과 이의 활용, 싸이버 세대에 맞는 다양한 싸이버 교육 공간 확충 등이 필요할 것이다. 통일을 주제로 한대중매체를 통한 분위기 조성도 큰 역할을 할 것이다. 교사들은 학교나 지역 차원에서 결집하여 학부모나 지역주민들과 함께 내용 있는 체험학습 프로그램들을 개발하고 실천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올해 민화협과 '통일을 생각하는 서울교사모임' 공동 주관한 중학생 통일캠프나, 학교 차원에서 실시한 통일반 운영과 통일반 학생들의 여름방학을 이용한 고구려 유적지 및 백두산 두만강 답사 여행을 실시한 인헌중학교의 사례는 앞으로 통일교육이 어떻게 진행되어야 하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고 하겠다. 이런 활동들이 보다 성과 있게 이루어지기 위해서라도 학교나 교육행정당국, 그리고 지방자치단체 등의 심정적 재정적 지원도 충분히 담보되어야 할 것이다. 나아가 청소년(학생) 통일교육을 체계적으로 구상하고 실천을 조직해 나갈 수 있는 기구나 단체들이 설립되어 적극적인 활동을 전개해 나갈 필요가 있을 것이다.
【참고문헌】
강만길, 『강만길과 함께 생각하는 통일』 (서울 : 지영사, 2000)
리영희, 『반세기의 신화』(서울 : 삼인, 1999)
박찬석 외, 『통일 교육론』 (서울 : 백의, 2000)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통일교육직무연수자료집』
조한혜정 외, 『탈분단 시대를 열며』 (서울 : 삼인, 2000)

키워드

전환기,   민간통일,   통일교육,   평화교육,   자유민주주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