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의 역사학, 긴장과 적응의 이중주

목차

Ⅰ. 디지털혁명의 이중성

Ⅱ. 인터넷, 영상언어, 하이퍼텍스트

Ⅲ. 인터넷 시대의 역사서술

Ⅳ. 서양사 분야의 현황과 대응

Ⅴ. 긴장에서 적응으로

본문내용

언급한 김민제, 장준철 교수 이외에도 몇몇 연구자들이 개인 홈페이지를 만들어 자기 나름의 학술정보를 제공하고 있으나, 아직은 소수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 조한욱, 조지형, 박순준, 이종경, 김유경, 이영효, 이영석 등의 홈페이지 꼽을 수 있다.
우리 학계에서 시급한 것은 국내 연구자들의 연구 현황과 인적 사항 등에 관한 상세한 정보를 얻는 통로를 마련하는 일이다. 한국학술진흥재단에서 전 학문 분야의 연구자에 대한 상세한 연구 관련 정보를 구축하고 있지만, 인명별 검색 방식으로만 찾을 수 있어서 학계 전반에 관한 정보를 알려고 할 때에는 곤란한 점이 있다. 물론 서양사학회, 영국사학회, 문화사학회 등도 홈페이지를 개설하고 있다.
) 서양사학회
영국사학회 ;
문화사학회 .
그러나 그것들은 대부분 최소한의 학회활동을 안내하는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홍익대학교 역사교육과에서 운영하는 '역사서지 검색'(KHC) 싸이트
) .
는 국내 최초로 연구자들의 연구 정보를 체계화하여 검색할 수 있도록 제공한다. 그러나 서양사의 경우 그 내용이 정확하지 않은 경우가 많고 또 최근 정보를 그때그때 수록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것은 국내 역사연구자들의 자발적인 참여 없이는 정확한 정보 제공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알려준다. 서양사학회 차원에서 이 중요성을 인식하고 개별 회원들에게 적극 권장하여 매년 연구목록을 수합, KHC에 전하거나 또는 연구자 개인이 자발적으로 KHC에 전하는 길밖에 없다. 학술진흥재단 학술정보 가운데 서양사 분야 전공자들에 관한 사항을 이용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는 것도 한 가지 대안이라고 생각된다. 어쨌든 여러 분야의 정보를 체계적으로 수합하고 분류하는 것은 아직 우리 나라의 정서와 일반 분위기 아래서는 쉽지 않은 일이다. 서양사의 경우 이미 여러 분과학회가 자리잡고 있다. 예컨대 고대사학회, 중세사학회, 미국사학회, 영국사학회, 프랑스사학회, 문화사학회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들 소규모학회는 결속력이 더 강한 만큼 회원들의 연구정보를 매번 갱신하는 데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회원 개인의 신상정보와 연구실적, 그리고 나아가 원문을 제공하는 방식을 이후부터라도 시도할 만하다. 소규모 학회 싸이트에 연구자 개인의 홈페이지를 연결하는 것도 중요하다.
한편 근래에는 서양사 강의에 인터넷을 이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 주26)에서 언급한 국내 연구자들이 인터넷 수업에 관심을 기울인다. 인터넷 수업의 중요성과 활용 방안에 관해서는 이종경, 「인터넷을 활용한 역사교육의 가능성 탐구」, 『역사교육』 66호 (1998), 1-30쪽을 볼 것.
그러나 인터넷을 강의 보조수단으로 이용하는 차원을 넘어서 완전한 가상대학에서 서양사 수업을 효율적으로 진행하는 데에는 아직 어려운 점이 많다. 인터넷 수업과 관련하여 관련 학회에서 여러 사례를 검토하고 토론하는 기회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하이퍼텍스트의 속성을 이용하여 특히 다양한 논쟁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주제들을 다루면 어떻게 될까? 예컨대 영국 산업혁명의 경우 격변론과 점진론, 낙관론과 비관론이 첨예하게 대립한다. 산업화를 초래한 기동력을 어떤 요인에서 찾아야 할 것인가에 관해서도 끝없는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산업혁명이라는 주제를 다룰 때 지금까지 역사가는 그 자신의 해석이나 또는 특정한 연구자들의 해석을 기준으로 삼아 가르치는 경우가 일반적이었다. 만일 학생들이 하이퍼텍스트에서 다양한 견해와 관점을 그 자신이 선택하여 학습할 수 있다면, 달리 말해서 역사적 사실뿐만 아니라 그 사실들에 대한 해석의 영역까지도 학생들에게 내맡긴다면, 어떤 결과가 나타날 것인가. 이 경우 학생 스스로 현상에 대한 특정한 해석자가 되는 셈인데, 이것이 역사지식과 역사인식의 지평을 넓히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할지 또는 그 반대로 작용할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인터넷 싸이트와 관련지어 한 가지 더 언급할 것은 역사의 대중화 문제이다. 이런 점에서 조한욱 교수의 싸이트 '서양사 이야기'
) .
는 아주 성공적이라 할 만하다. 이 싸이트는 조교수와 방문자들의 쌍방향 의사소통의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매우 흥미롭다. 신문화사에 관심을 가진 연구자답게 조교수는 영화, 유머, 문화사적 주제들에 관한 흥미로운 읽을거리를 제공하는데, 서평이나 영화평의 경우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하며 질문과 그 답변 형식의 편지들이 주된 내용을 이룬다. 그의 싸이트는 2001년 5월 현재 방문회수가 16만 회를 돌파할 만큼 커다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것은 역사를 대중화하려는 조교수 개인의 노력에 힘입을 것이지만, 역사교육에서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을 어떻게 진행할 수 있는가 라는 문제에 한 가지 대안을 제시했다고 할 수 있다.
V. 긴장에서 적응으로
당분간 인터넷 혁명은 역사학과 긴장관계를 나타낼 것이다. 역사 서술의 전통과 하이퍼텍스트의 형식은 어느 면에서 양립 불가능한 인상을 심어준다. 제아무리 학술정보 교류의 필요성에서 인터넷을 적극 활용한다고 하더라도 가까운 미래에 역사학이 '사멸의 종'으로 나아갈 수도 있다는 불안감을 떨칠 수 없다. 그럼에도 디지털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정보화는 우리가 선택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처한 조건이며 운명이다.
전문 역사학의 역사는 2세기를 넘지 못한다. 이 학문분야가 새로운 세기에 어떻게 변할지 아무도 알 수가 없다. 다만 오늘날의 정보화 추세는 한편으로는 이 학문 분야에 비관적인 전망을 낳으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끊임없는 자기 변신의 필요성을 일깨우고 있다. 우리 역사가들이 어떻게 긴장관계를 넘어서 이러한 추세에 대응하고 또 적응할 수 있는가. 긴장과 적응의 변증법을 지금 알 수 없지만, 어쨌든 우리는 그것을 찾아 헤매지 않을 수 없다. 이 같은 모색의 필요성 또한 전문 역사가들이 직면한 오늘날의 또 다른 조건이자 운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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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역사,   이중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