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의 변화와 구조

목차

1. 대기업을 둘러싼 게임의 룰의 진화

2. 제도 변화의 동인 : 경쟁 격화로 인한 수익성 압박

3. 시사점 및 결론

본문내용

한 새로운 딜레마를 나름대로 다루어 가는 방식이다. 미국 기업들은 종업원들과 장기적 관계를 맺기 어려운 상황에서 어떻게 종업원들로부터 창의성과 헌신적 노력을 유도해낼 것인가 하는 새로운 문제에 직면하게 되었다. 이에 미국의 기업들은 스톡옵션을 포함한 성과급주의, 목표 달성을 위해 공유된 헌신을 의미하는 전문가주의를 지향함으로써 이 문제에 대응하고 있다. 이와 함께 경쟁압력의 강화로 기술이 기업경쟁력의 핵심요소로 등장하자 종업원들의 높아진 轉職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은 불가피하게 社內교육을 강화하게 되었다. 경쟁압력이 노동시장에 새로운 딜레마를 가져온 동시에 사내교육의 필요성을 높여 이의 해결에 간접적으로 기여하고 있다는 점도 흥미롭다(86∼88쪽).
시사점 및 결론
앞에서도 지적했듯이 이런 변화의 동인은 글로벌화, 정보화 등에 따른 경쟁압력 강화에 의해 촉발된 미국 대기업들의 수익 압박이다. 경제학자들은 오래전부터 재산권의 보호와 시장成果가 연계되어있다는 점을 인식해 왔다. 저자가 명시적으로 언급하고 있지는 않지만 이 책은 제도와 시장성과에 대한 인식에서 그치지 않고, 경제주체들이 명시적 또는 암묵적으로 따르는 규칙이라는 의미에서의 제도가 어떻게 변화하는가 하는 흥미로운 주제와 관련된 역사적 경험을 다루고 있다. 그래서 이와 관련하여 중요한 시사점들을 가지고 있다. 즉, 이 책은 경쟁압력의 강화가 시장성과를 높이는 방향으로 게임의 룰을 변화시키는, 시간이 걸리지만 아주 강력한 동인이라는 점을 일깨우고 있다. 미국 정부는 규제완화 등을 통해 게임의 룰이 진화하는 데 간접적 역할을 하였으나, 경쟁압력에 따라 기관투자자, 기업이사회 등 개별 경제주체들이 보인 활동 및 이와 관련한 법원의 판결이 룰의 변화에 결정적이었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이 점은 기업지배구조를 변화시키기 위해 社外이사제 등 무수한 법률의 制·改定에 노력하고 있는 우리 정부에도 커다란 시사점을 던져 주고 있다.
역시 저자의 명시적 언급이 없으나 이 책은 기업에 대한 관점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한다. 즉, 거래비용 경제학은 기업을 조직으로 파악하고, 기업조직이 왜 존재하는지를 설명하기 위해 시장에서의 가격기구를 이용한 거래비용이 조직을 이용할 때의 거래비용보다 더 크면 조직을 선택한다는 식으로 시장과 조직을 대비시키고 있다.
그러나 보다 엄밀하게 이해하자면, 廣義의 시장이라는 제도는 기업조직을 포괄하는 것인 반면 기업조직과 대비되는 것은 다수의 개인 구매자와 개인 판매자가 현재의 시장가격에서 거래하는 현물시장spot market이다. 기업은 시장 안에 있는 조직이고 거래 대상이다. 가격기구에 의존하느냐 명령에 의존하느냐는 식으로 시장과 기업조직을 단순화시켜 대비시키고는 있지만 기업은 시장 밖에 있는 조직인 군대와는 다르다. 기업과 군대는 둘 다 정부나 지역사회 등과도 관계를 맺고 있지만 기업은 군대와 달리 시장의 경쟁 압력 하에 있다. 이 책에서 설명하고 있는 미국에서의 기업지배구조의 변화 과정을 통해 우리는 그 차이점의 의미를 확인할 수 있다.
경쟁 격화라는 새로운 시장 환경은 생존하려는 기업에 이윤과 손실, 성장과 퇴출이라는 외부적 시장규율을 가해 의사결정의 구조를 시장 중심적으로 바꾸도록 압력을 행사한다. 그래서 기업간 경쟁은 어떤 의미에서는 얼마나 성공적으로 시장에서 최종적으로 테스트될 사업 假說을 제시하고 수정하는가라는 의사결정 과정간의 경쟁이고 이러한 의사결정 과정의 경쟁력은 기업 역량의 중요한 부분을 구성한다. 의사결정 구조 자체가 시장의 중요한 선별 대상이라는 점에서, 우리는 왜 “기업은 시장이라는 (자본주의) 바다에 떠 있는 고립된 (사회주의) 외딴 섬들”이라는 비유가 위험할 수 있는지를 깨닫게 된다.
결론적으로 이 책은 최근의 미국 경제의 진화를 기업의 대내외 관계에서 벌어지는 게임의 룰의 변화라는 관점에서 그 흐름을 찾아 정리하는 매우 어려운 작업을 성공적으로 해내고 있다. 아쉬움이 있다면 이러한 흐름의 의미를 해석하는 데 있어서 저자가 필요이상으로 상반된 관점에 대해 유보적이거나 이를 통합하려 하고 있다는 점이다. 좀 더 적극적으로 경제학(혹은 여타 학문) 이론의 일관된 관점을 동원하여 체계적인 해석을 가하고, 더 나아가 이런 해석에 비추어 미국의 역사적 경험으로부터 얻게 되는 교훈들을 명쾌하게 제시하였더라면 이 책은 우리에게 더욱 유용하고 빛나는 책이 되었을 것이다. 역사는 이론을 통해 조명되고 또 이를 통해 배울 것이 있을 때 더 의미가 있는 법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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