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론 - 박목월

본문내용

의 시학의 내용들이며, 본질을 형성하는 요소라고 할 것이다. 바꾸어 말하면 목월 시의 본질인 ‘빛의 시학’은 향토, 향수, 초록, 생명, 길, 삶의 성찰, 어머니, 신앙의 세계까지 통괄한다. 이런 세계는 각각 특징을 지니고 서로 조화를 이루기도 한다. 이 조화가 앞에서 지적했듯 목월의 시를 한층 부드럽고 건강하고 밝게 만드는 바탕이 되고 있다. 목월 시가 밝고 건강하다는 것은 한 시인에게만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현대시에 들어 있는 감상성퇴폐성을 지양하는 것이 되며, 전통의 바람직한 변혁, 즉 환산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시사적인 측면에서 목월 시는 그 동안 전통성과 시어의 계발발전에 기여한 공이 큰 것으로 평가받아왔다.
(4) 일제 식민지 시대에 쓴 동시
동시는 시의 하위 개념인데 장르로 취급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1930년대 초 우리나라 어린이 운동과 결부해서 생각한 때 이 점을 묵과할 수 없다. 당시 상당수의 시인들이 동시를 쓴 것은 단순한 시적 동기로 볼 수만은 없는 것이다. 동시에 대한 목월의 의도를 윤석중의 회고에서도 볼 수 있는데 목월의 동시에 대한 애정은 소박성을 넘어서 나라말, 민족 종서에 대한 인식이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므로 목월의 동시로서의 우수성과 함께 동시에 대한 인식도 높이 평가해야 할 것이다.
성인시에서도 마찬가지라고 할 것이다. 문장 추천 완료 때 ‘슬픈 얼굴’이라는 소감을 통해, 그리고‘기인 한밤을/ 눈물로 가는 바위가 있기로’와 같은 구절이 나오는「임」에서 목월은‘기인 한밤’을 일제 말기로,‘하늘과 임’을 삶의 길을 희구하는 기도와 같은 것으로 해설하고 있다.
해설에 의존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일제 치하에서 그는 ‘끝까지 지조를 지키며 단 한편의 친일 문장도 남기지 않은 영광된 작가의 한사람이기도 한 것이다. 목월이 등단한 시대는 학교에서 한글 말살 정책이 시작된 무렵이고 1939년에는 이미 그 지시가 학교에 도달되어 실천에 옮길 때였다. 조선어학회 사건과 관련이 있던 조지훈의 증언이 또한 이를 뒷받침한다. 그러므로 나라말로 시를 쓰고 사랑한 것도 문화적 차원에서는 바로 민족애와 상통함을 알 수가 있다. 저항성의 소극적 적극적 개념을 떠나서, 동시와 시를 통해 우리 말과 정서를 함양하는 데 기여한 점은 문화적 측면에서 뚜렷한 공적의 하나로 길이 평가될 것이다.
(5) 해방 후의 시작 활동
목월은 수채화의 담백성을 자신의 정신이라고 표현한 바 있는데 이것은 시에서 선과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노력하려는 태도로 나타난다. 목월은 역사의식상황의식보다는 언어를 통해 식민지 시대에는 민족정서민족애를 고취하였고, 해방이후에는 민족 주체성과 언어와의 관계를 인식하고 이를 위해 노력하였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의 시어들은 이 땅의 흙냄새와 하늘빛과, 바람소리에 젖어 있어서 부드럽게 또는 당연하게, 그리고 간절하게 들리는 것이다. 목월은 그의 문학관에 입각하여 순수시를 지향하였는데 이것은 소월과 1930년대 영랑 등의 시를 잇는 정신이며, 1930년대적 요소를 보다 현대적 요소로 건강하게 순화시키려는 의지가 담긴 것이기도 하다.
시인 자신의 의식적인 면에서 볼 때 목월은 영랑의 시에 관심이 많았고 영랑의 시어에 관심을 기울였음을 알 수 있다. 목월은 생존시 영랑의 시에서 사투리가 차지하는 비중과 사투리에 의한 리듬에서 오는 아름다움에 매료당하기도 하였다. 목월은 1930년대 시문학파의 특성을 인식하고 그 위에서 시의 표정을 건강하고 밝게 나타냈다는 점에서 한단계 전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현대시를 발전시키는 데 기여해 왔다고 할 것이다. 민족정서, 시어로서의 우리 말의 중요성을 인식시킨 점은 목월 시의 또 하나의 시사적 의의라 할 것이다.
(6) 현대성과 신앙시
목월 시에서 신앙시가 등장하는 것은『蘭 其他』이후인데 초기 신앙시가 보편적 생활 향상을 위한 시라면 후기 시는 신앙 생활을 위한 영혼적이고 부활 의지에 가득 찬 신앙시라고 할 것이다. 목월 시의 표정이 밝고 건강한 것은 신앙적 요소, 소재에도 곤계가 있다. 목월의 신앙시는 어머니를 안내자로 하여 발전하고 있으며, 이것은 초기 시의 자연, 향토성과 대립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이 점은 목월 신앙시의 특징이라 할 것이다.
즉 현대시에서의 전통성과 신앙적인 면의 접맥도 목월이 남긴 한 업적인데, 이 점은 따로 깊이 있게 다루어져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
목월 시는 이처럼 ‘아름다움의 추구’라는 점에서 관찰할 수 있었으며 그의 시사적 의이ㅡ도 이런 면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즉 서정시의 아름다움, 건강성의 추구 그리고 언어를 통한 민족애, 민족정서, 수채화 같은 담백성, 동심성과 상상력, 그리움, 초록 의지, 신앙심과 구도적 자세 등이 그의 문학과의 바탕임을 알 수 있다. 초록의 시학, 향수의 시학, 생활의 시학, 신앙의 시학, 즉 빛의 시학을 우리 현대시에 심어 줌으로써 현대시의 발전에 기여한 바 지대한 것이다.
Ⅲ. 결론
목월 시를 문장지 추천 이후로 보아 1940년대 시인으로 한정시키는 것은 무리가 있다. 목월은 1933년 동시로 출발했고 문장지의 작품에는 뒤지지만 이미 신인문학에 두 편의 시를 발표하고 있었다는 것을 지나칠 수 없다. 그리고 목월이 1962년까지 동시집을 간행하고 있으며 아동 문학의 이론서를 내는 등 오랫동안 활발하게 동시를 써 왔음을 알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동시의 선구자로 인정받고 있는 점을 간과할 수 없는 것이다. 동시도 시의 한 부분인 만큼 목월은 마땅히 1930년대 시인으로 인정받아야 하며 1940년대 시인으로 한정시키는 고정 개념은 수정되어야 할 것이다.
박목월이 시사에 남긴 업적은 한마디로 시정신과 민족정서를 밝고 건강하게 가꾸어 나간 점이라 할 것이다. 달리 말하면 그 리듬과 이미지는 한국적 가락과 정서로서 온화한 삶의 표본을 제시한다. 그것은 바로 긍정과 인내의 시학을 뜻하는 것이다.
* 참 고 문 헌
박목월 - 청노루의 꿈, 목마름의 시, 이탄, 건국대학교출판부, 1997
박목월, 박현수 엮음, 새미, 2002
박목월 시전집, 이남호, 민음사, 2003

키워드

박목월,   박목월의 생애 ,   박목월의 동시의 시대 ,   박목월의 시 ,   박목월의 문학사의 업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