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냄새가 많이 나는 연극이었다. 물론 창작극이기 때문이기는 하겠지만, 한국의 전통 '가신신앙'을 바탕으로 한 것이 그런 느낌을 더해 주는 것 같았다. 극에 등장하는 잡귀들은 참 익숙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문간의 출입을 단속하는 가택 신 '수문장 남부자' 자손의 생산과 건강을 돕는 신 '삼승할망 노마님' 집 전체를 수호하는 동시에 가장을 보호하는 신 '성주 뻐꾸기아제' 불의 신이면서 부엌을 관장하는 신 '조왕 화출이' 뒷곁이나 장독대에 쌀을 담은 단지를 놓아 신체로 모시며 집터를 관장하는 신 '터신 청지기황씨' 뒷간신 '변소각시' 집안의 물을 관장하는 신 '용왕 오맞이댁' 생산과 생활을 관장하는 신 '노적 운봉이아범' 지붕을 관장하는 신 '지붕신 남부자의 아들' 재운을 관장하는 신 '업신 업구렁이 업두꺼미'까지, 과거 조상들이 섬겼던 집안 신들을 그대로 극에 풀어놓고 있었다. 그 친근한 잡귀들이 풀어나가는 이야기는 다소 지루한 부분을 제외 하고는 아기자기하게 무대 위에 그려지고 있었다. 언제 다시 '흉가에 볕들어라'라는 공연을 또 볼 수 있을 지는 모른다. 그렇지만 다음에 볼 때는 아빠와 함께 가서 이 연극에 대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어 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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