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경대 필화사건에 대한 강정구 교수 『모두 진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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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 재판에 임하면서

2. 본인의 학문정체성과 민족사적 과제

3. 공소장에 대한 근본문제 제기

4. 통일시대를 맞이하여 드리는 호소문

본문내용

불가능하게 될 것이라는 점입니다. 통일에만 문제가 생기는 것이 아니라 잘 못하면 다시 국지전이든 전면전이든 전쟁까지도 강요당할지도 모릅니다.
세계 각지의 권위 있는 연구소들은 2020년에서 30년 사이에 중국의 GNP가 미국을 능가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연 7-8%의 경제성장, 중화주의를 중심으로 한 중국인의 패기 찬 모습과 자신감, 집체기업인 향진기업 등이 주도하는 지속적인 활력 등으로 중국은 천안문사태 때와는 달리 역동성과 안정성을 두루 갖추고 있습니다.
이러한 중화인의 저력과 민족주의는 중국의 GNP가 미국을 능가하게 되는 시점이면 더 이상 미국 일방의 동북아 패권을 수용하지 않을 것입니다. 곧, 중국의 중화 민족주의와 미국의 패권주의가 충돌하게 되고 이 결과 동북아에서 중국과 미국간에 신냉전이 형성되게 될 것이라는 역사 전망입니다. 이미 이러한 조짐은 미국에 부시정권이 들어서면서 미사일방어체제(MD)의 강력 추진과 중국위협론에서 뚜렷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머지 않아 도래할 동북아신냉전 이전에 남과 북이 통일을 이루지 못한다면 또 다시 과거 미·소 냉전시대와 같이 북은 중국에 남은 미국에 종속되어 통일은 거의 불가능하게 될 것입니다. 이 결과 우리의 민족분단은 치유되지 못한 체 통일은 또 다시 반세기 이상 지연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남과 북은 신냉전 도래 이전에 부분통일이라도 이루어 이 지구촌에서 한반도의 통일을 기정사실화 하여 우리의 통일을 굳히는 작업을, 곧 '통일굳히기'를 시급히 추진해야 할 것입니다. 바로 이것이 우리에게 절실히 요구되는 미소냉전의 귀중한 역사적 교훈입니다.
이러한 통일에 대한 제 나름대로의 진단을 한 결과 저에게 통일문제는 더 이상 단순한 학문적 연구의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통일문제는 제 자신의 삶이고 저의 화신이었습니다. 주체로서의 저 자신과 객체로서의 통일문제가 서로 융합되어 주객이 유기적 통일체를 이루는 것이 저의 간절한 바람이고 삶의 의의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번 만경대 필화사건을 계기로 사법적 심판 대상이 된 대부분의 저의 활동은 통일 이론가, 북한 전문가, 현대사 연구자로서 이러한 통일사적 요구에 부응하기 위한 학문적 활동이었고 업적이었습니다. 논문이나 책, 신문기고, 강연록, 강의록, 학술토론 T.V 토론이나 대담 등의 형태로 주로 은폐되거나 왜곡된 현대사 관련 주제나 통일을 위해 긴요한 주제를 성역 없이 연구 및 분석함으로써 통일굳히기의 밑거름을 뿌리자는 것이었습니다.
이러한 학문적 활동은 통일이론가이고 통일열정가인 저에게는 너무나 자연스럽고 당위적인 것임에도 불구하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이 작금의 우리 사회라는 인식을 새롭게 하게 되었습니다. 동시에 저는 학문으로서의 통일일꾼이지 운동으로서의 통일일꾼이 되기에는 전략적 사고나 자질이 부족하다는 것을 만경대 필화사건을 계기로 절감하였습니다. 저에게는 자연스러운 방명록 기재가 일반 국민들의 보편적 정서에는 충격으로 받아드려진다는 사실은 엄연한 사회적 실재인 것 같습니다. 아무리 순간적으로 이루어지는 행위라 하더라도 언제나 현실 정세와 대중의 정서와 어울리는 모습이 아닐 때 본인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사회적 파장을 가져올 수 있으며 더구나 대학교수로서 이 파장은 더욱 클 수 있다는 사실은 저에게 많은 깨달음을 주었습니다.
이 점 국민 여러분과 통일운동 여러분께 사과 드리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앞으로 저의 통일일꾼으로서의 실천적 행위는 이 번 일을 거울삼아 보다 대중의 정서에 걸맞게 대중과 함께 하는 것이 될 수 있도록 존경하는 재판장님 앞에 약속드립니다.
동시에 존경하는 재판장님과 국민 여러분에게 호소합니다.
역사적인 6.15민족공동선언이 열어 놓은 한반도 평화와 통일의 행로는 기존의 분단냉전체제를 허물어서 새로움을 창조하는 커다란 변화의 과정입니다. 이러한 민족사적 변화는 필연적으로 옥동자를 탄생시키는 산모의 진통과 같은 진통을 요구합니다. 이번 만경대 필화사건도 역시 평화와 통일의 과정에서 일어난 조그마한 진통의 하나입니다.
그러나 이번 8·15 평양행사를 둘러싼 진통이란 건 정말 비생산적이고 불필요한 진통이었습니다. 평화를 어떻게 구축할 거냐, 통일방안을 어떻게 마련할 거냐, 구체적 통일행로를 어떤 방향으로 이끌 것인가 등에 대한 국민적 합의와 남북의 합의를 이루기 위한 진통은 건설적 진통이고 반드시 감내 해야할 진통입니다. 만경대필화사건과 같은 비생산적이고 민족역량 소모적인 진통에서 하루 빨리 벗어나서 생산적이고 건설적인 진통으로 나아가야만 동북아신냉전의 도래라는 냉엄한 세계질서에 슬기롭게 대처하여 통일시대를 풀어 나가고 드디어 민족통일이라는 대 위업을 이룰 수가 있습니다.
이번 만경대필화사건을 거울삼아 우리는,
첫째, 북한도 변하고 남한도 변해야 한다는 인식의 전환을 해야만 합니다. 서로가 변하지 않고 기존의 적대체제를 유지하고 상대방만 변하기를 요구한다면 서로의 접점을 찾기는 불가능합니다.
둘째, 남북관계의 변화는 여유 있고 역량이 높은 남쪽이 먼저 물꼬를 터야만 합니다. 북한은 생존권에 허덕이고 있고, 그 경제력은 남한의 1/20도 되지 못할 정도이므로 남한이 앞설 수밖에 없습니다. 민족이 우리 남한에게 내린 소명(calling)으로 기꺼이 받아 들여야 합니다.
셋째, 이제까지 우리는 미국 추종일변도의 안보, 외교정책 등을 펼쳐 왔습니다. 그러나 결과는 끊임없는 외세주도의 전쟁위협과 한국 국민의 인권, 환경권, 생활권, 자주권 등의 침해였으며 분단의 골은 결코 낮아지지 않았습니다. 자성과 개선이 요구됩니다.
넷째, 이제 우리의 민족 에너지와 민족역량을 소모적인 남북적대가 아닌 평화와 통일을 실질적으로 이루는 일, 곧 일이 되도록 하는 데 모아야 할 것입니다.
이러한 변화 지향적 인식과 실천, 변화를 위한 진통의 적극적 감내(堪耐)는 우리에게 부하된 민족적 사명이고 민족적 요구입니다. 오직 이 길만이 민족의 숙원인 통일의 대장정으로 우리의 민족행로를 이끌 것입니다.
이제 우리 모두 함께 손잡고 이 민족사의 궤도를 향하여 전력을 다해 진군함으로써 통일조국의 위업을 기필코 이루어나가실 것을 국민여러분에게 간절히 호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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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2002.04.26
  • 저작시기2002.04
  • 파일형식한글(hwp)
  • 자료번호#1932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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