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최찬식과 그의 작가의식 및 작품 「추월색을 중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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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람이 어깨에 곡팽이를 메고 내려오더니 역부놈의 따귀를 덜컥 한 번 치고, 「나쁜 사람, 이 무슨 일이야? 일이 아니하고 자꾸자꾸 노라리만 해. 저 기집애 무슨 일이야? 어서 가, 어서 가! 바가!」하고 반벙어리 소리하며 그 역부의 덜미를 턱턱 짚어 몰아가느지라, 평생에 처음 그런 욕을 당한 경원이는 어찌 통분하던지 욕을 면하매 한숨이 저절로 나서, 「휘……어찌면 인민정도가 이렇듯 강쇠하여 저같이 괴악한 하등인류가 왜 그리 많은고?」하고 탄식을 하며 정신을 차려 다시 생각을 한참 하더니
-「금강문 중에서」
이 때는 조선민족의 후진이 강쇠하는 시대라 그러하던지, 그 여러 학생이 하나도 가히 쓸만한 재목이 없고 「금강문 중에서」
이러한 발언은 최찬식이 조선인에 대한 부정과 멸시의 그것에 다름 아니다. 조선인 학생들 조차도 쓸만한 재목이 없다는 극단적인 조선인 부정의 태도에서는 아예 조선의 미래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위의 두 번째 예문은 경원을 괴롭히는 조선인 철도노동자로부터 일본인이 그녀를 구해주는 장면인데, 그 위기에서 벗어난 경원은 우리 조선 인민을 "하등인류"라고 탄식한다. 세 번째 예문에서 작가는 "이때는 조선민족의 후진이 강쇠하는 시대라 그러하던지"라하여 망해가는 나라의 징조로서 조선인을 하등인류로 혹은 학생들조차도 쓸만한 재목이 하나도 없는 "강쇠"하여 가는 민족임을 강조하려는 작가의식을 보여준다.
「추월색」에서 악한으로 그려지고 있는 강한영은 역으로 생각해 볼 때 식민지 현실을 거부하거나 식민지 체제에 적응하지 못하는 인물로 볼 수 있으며, 그 때문에 스스로 타락하여 가는 식민지 조선의 비극적인 지식인을 대표한다고 볼 수 있다. 강한영이 부정적인 인물로 형상화되는 배경에는 최찬식 개인의 완고한 작가의식 때문도 있겠지만 당대 사회는 일제가 합방 이후 강력한 헌병경찰제도를 실시하면서 우리 민족주의자들의 움직임을 철통같이 감시하였던 때였으므로 이 땅에는 더 이상의 자주정신이나 능동적인 지식인을 일제는 바라지 않는 세상이 되었던 것과 일정한 관계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제 식민지 통치시대에 필요한 조선의 지식인은 자주정신적인 근대의식의 소유자가 아니라 봉건시대의 충효사상(忠孝思想)에 길들여진 노예근성의 식민지 지식인만이 바람직했던 것이다. 그래서 최찬식 소설에서는 능동적인 근대의식의 인물들이 부정적인 인물로 그려지고 이들은 자주정신이 빈약한 주인공들을 괴롭히는 악인이며 범죄자로 형상화되어 끝내 경찰에 의해 모조리 감옥에 갇히고 만다. 반면에 공짜 좋아하고 남의 도움을 좋아하는 의타적인 인물들이 주인공이 되어 나약하고 자주정신이라고는 없는 이들이 교양있는 지식인인양 미화되고 찬양되고 있다. 영창은 영국인의 도움으로 유학을 다녀와서 당대 현실을 바람직한 근대화 과정으로 보고 있으며, 대학을 졸업한 후에도 자기 혼자의 힘으로 생활하지 못하고 스미스에게 의탁하여 지내다가 정임을 만나 조선으로 돌아올 때는 결혼준비금으로 돈 삼천원까지 얻어오고 있다. 이는 일제가 좋아하는 전형적인 노예근성의 식민지 지식인이라 하겠다.
(영창) "이곳은 일로전녁 당시에 일본군이 딪승리힝던 곳이오구려 다가 이곳을 지나가본지 몃힝가 못되다딪 발셔 황냥한 고젼장이되얏네"
(졍임) "아……가러도힝지 져 쳬산에 헤여진 용밑한 장사와 츙셩된 병사의 빛골은 모다 도장속 졀문부녀의 힝쏙 싶링들이까소구려"
(영창) "응그럿치만은 동양 힝복의 긔초다 이곳승쳤에 완젼히 긋고려럿케 쳤도를 부셜힝며 시가를 까척힝야 졈졈번화지가 되야가니 이다 우리황싶인죵도 차차진흥되다 조짐이지오"
) 이용남. 위의 책. p 484-485
이러한 장면은 우리나라의 이권 쟁탈전인 노일전쟁에서의 일본의 승리를 칭송하는 한편 그것을 동양 행복의 기초로 보고 있는데 여기서 최찬식의 역사의식의 허망함이 단적으로 폭로된다.
Ⅳ.결론
이제까지 최찬식 소설 연구자들은 그의 소설의 성격을 친일성향이 강한 개화의식과 전통소설적 성격이 강한 남녀이합형의 통속애정소설로(신동욱, 조동일, 윤명구, 최원식 등), 또는 대표적 신소설의 하나로 평가해 왔다.
소설의 표면에서 드러나는 것은 신학문·신결혼관이지만 그 이면에 숨겨진 작가의 의도는 남녀이합형의 전통적 윤리관과 일제 식민지 통치를 옹호하고 그 입장을 대변하는 데 있었다. 「추월색」에서는, 조선의 무능한 관료를 대표하는 김승지를 조선민중을 대표하는 초산민중에 의해 축출당하고 청인 마적단에게 밥을 빌어먹게 만듦으로써 조선의 멸망의 원인이 조선의 자체내에 있음을 암시하였다. 그 결과 조선의 봉건사회가 해체되고 그 다음 세대를 대표하는 영창이 고아가 되어 외국인의 도움으로 해외유학을 한 근대적 신지식인이 되는데, 그가 자주적인 조선정신을 망각한 의식부재의 인물로 그려지는 것은 주체의식이 뚜렷한 자주적 조선인 지식인을 일제가 용납하지 않았던 당대(합방 이후) 일제식민지 체제의 현실을 반영한 것이라 할 수 있다.
仁義禮智孝悌忠信의 전통적 윤리관은 단순히 전근대적인 의미만을 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식민지 현 체제에 충성할 것을 식민지 지식인에게 요구하는, 새로운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작가의식 때문에 최찬식 소설의 주인공들은 남의 도움이나 공짜를 좋아하는 의타적, 수동적인, 자주의식이 결여된 인물이 되어야 했고 이들의 효사상과 열녀의식이 칭송되었던 것이며, 자주적·능동적·적극적·공격적인 신지식인들은 악인 또는 범죄자가 되어서 모조리 감옥에 갇혀야만 했던 것이다. 이것은 조선 지식인의 자주정신이나 주체성을 거세하여 노예근성의 식민지 국민으로 만들려는 일제의 의도에 호응하는 것이 되며 최찬식 소설이 강조하는 전통사상은 조선인의 근대적 자아각성을 둔화시키고 새로운 지배국 일제에게 복종시키려는 정치적 음모가 짙게 배어 있다.
이와 같은 한계점에도 불구하고 최찬식 소설은 개화기 당대의 사회상을 일정하게 반영하고 있으며, 근대적 소설기법에 상당히 근접하는 사실적 묘사와 역순적 구성에 의해 후대의 근대소설에게 문학적 유산을 계승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최찬식은 자신의 많은 소설에서 소설의 주제와는 상관없이 변화하는 사회상을 생생하게 독자들에게 전달하려고 노력한 작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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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페이지수10페이지
  • 등록일2004.07.18
  • 저작시기2004.07
  • 파일형식한글(hwp)
  • 자료번호#26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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