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퓰리즘이 아니다. 무상급식으로 인해 우리 아이들이 누릴 수 있는 혜택과 질 높은 의무교육으로의 발전으로 순수하게 평가해야 한다. 도둑도 개 밥그릇은 안 훔쳐 간다고 하던데 미래의 주인공이라고 소리쳐 외치는 아이들의 밥이 정치적 싸움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것에 안타까울 따름이다.
초등학교 5,6학년 전원에게 무상 급식을 지원하겠다는 김상곤 경기도 교육감의 예산안이 큰 파장을 가져왔다. 이에 김문수 경기도 지사, 한나라당은 저소득층 자녀에게 무상 급식 지원부터 먼저 하는 것이 옳다며 반기를 들었다. 교육감의 권한인 예산 편성권이 경기도의회에서 민주, 민노당은 배제된 채 액수가 삭감되며 수정되었다. 그 처리과정 또한 날치기와 의장 출입 차단 등 폭력 국회와 같은 양상을 띠었다.
무상 급식의 예산 편성권이 수정되어 가결되는 과정은 비난 받아 마땅하다. 교육감의 권한인 예산 편성권을 침해하여 여당 의원들이 야당 의원을 배제한 채 도의회에서 수정하여 가결한 것은 위법이다. 그러나 저소득층 우선 지원이라는 취지는 그대로 둔 채 액수 삭감만을 공격하는 야당 의원들의 태도도 옳다고 할 수 없다. ‘한나라당은 부유하여 자신이 배 고파본 적 없어 남의 힘겨움을 모른다’ 는 식의 감정적인 이분법적 대응으로 일관하는 것이다. 만약 수정된 예산안이 취지는 그대로 인 채 액수를 삭감하지 않았더라면 과연 지금처럼 공격받았을까.
자신의 부모가 무능함을 증명해야 하는 상처 받을 아이들을 배려하고자 하는 김 교육감의 취지는 교육적으로 이상적이다. 하지만 이상이 실현되는 것은 충분한 여건이 뒷받침될 때의 이야기이다. 5,6학년 전원에게 무상 급식을 지원하려면 3000억원 가까운 막대한 재정이 들게 된다. 한정된 예산 안에서 다른 학년의 기초생활대상자, 차상위계층 관련 예산은 줄게 된다. 저소득층 자녀에게 급식을 먼저 제공하고 차차 전원 무상 급식으로 나아가자는 한나라당의 취지는 현실적이다. 현재 경기도를 포함해 각 시, 군에는 한 학교에 기초생활대상자만 1/3을 넘는 학교도 존재한다. 이런 상황에서 밥 위의 평등이라는 명목으로 5,6학년을 먼저 무상 급식 지원하는 것은 조금 성급하다.
반면 그 합리적 취지에 반해 액수가 삭감된 것은 의아하다. 각 도의원들은 차상위계층 가정 어린이의 한 달 생활비를 넘는 액수를 해외연수 하루치 비용으로 지급받는다. 우리가 자주 목격하게 되는 ‘멀쩡한 보도블록 갈기’와 같은 예산 낭비 액수만을 모아도 기존 예산안의 650억원을 그대로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국민 대다수가 반대하고 있는 4대강 살리기의 22조원을 떠올리면 굳이 왜 저소득층 자녀들의 급식 지원에 액수가 줄었어야 했는지는 쉽게 납득가지 않는다.
어린 시절 빈부의 격차로 인해 갖게 된 상처는 성인이 되어서도 우리의 무의식을 지배한다. 언젠가는 우리 사회에도 이러한 곳까지 세심한 배려가 이루어지는 성숙함이 이루어져야할 것이다. 하지만 현재 대한민국에서 이러한 트라우마까지 해결하기에는 우리의 생각을 넘어서는 막대한 수의 저소득층 자녀들이 존재한다. 모두가 주린 배를 함께 다 채울 수 있게 되면, 그때 밥 위의 평등도 실현되기를 기대한다.
교육권은 헌법이 정한 국민의 권리이자 의무다. 교육권의 주체는 학생, 학부모, 교사, 학교, 국가 등 다수다. 복수의 주체들의 교육권이 조화롭게 인정될 때, 참다운 교육이 실현된다. 하지만 교육과 관련한 모든 논의에서 무엇보다 중시돼야 하는 주체는 학생이다. 교육은 ‘학생의 인권’을 존중하고 확장시켜야 한다. 인권친화적 관점에서 볼 때, 교육 현장에서 학생들이 차별 없는 교육에 접근할 수 있는지의 여부는 교육의 질을 결정짓는 중요한 기준이다. 적어도 의무교육 기간 동안 ‘교육의 권리’는 시혜나 복지가 아닌 엄연한 권리다.
최근 급식을 학생의 ‘교육권’으로 새로이 정의하려는 시도가 좌절됐다. 경기도의회 교육위원회는 도교육청이 추진한 초등학교 56학년 전원 대상 무상급식 지원 예산 650억원을 전액 삭감했다. 대신 교육위원회는 저소득층 자녀 급식지원비로 149억원의 예산을 새로 책정했다. 절감된 예산으로 원어민 교사 확충 등 ‘교육의 질’을 높이고, 급식은 가난한 집 자녀를 위해 배려하자는 게 교육위원회의 주장이다. 무상급식을 사회 약자를 위한 복지 정책으로 간주한 데 따른 것이다. 반면 도교육청의 무상급식안은 급식을 교육권의 일부로 인정하자는 것이었다. 무상급식을 교육권으로 인정한 교육청과 복지로 이해한 교육위원회는 충돌할 수밖에 없었다.
학생의 급식은 교육권이다. 다시 말해, 학생들에게 공동으로 제공되는 급식은 학교에서 학생의 의무를 다하고 권리를 실현하기 위해 확보돼야 할 권리다. 학교 현장에서 차별받지 않고 교육받기 위해선, 학교 내에서 차별받지 않고 먹을 수 있어야 한다. 무상급식은 이를 가능케 하는 중요한 조건이다. 무상급식을 복지 정책으로 한정짓는 교육위원회의 발상 저변에는 ‘원래 가난하면 밥을 못 먹는 게 당연’하다는 인식이 깔려 있기 때문에 위험하다. 학교에서 사회약자를 위한 복지가 실현되는 건 좋은 일이다. 하지만 학교는 학생인권을 확장시켜야 할 교육 기관이다. 복지가 학생인권을 훼손하는 빌미가 돼서는 안된다.
우리나라는 중학교까지를 의무 교육기간으로 정하고 있다. 의무 교육이 실행되는 동안 학교는 학교 밖 세계의 차이들이 흐려지고, 학생들에게 동등한 권리가 보장되는 공간이다. 적어도 학교에선, 누구든 ‘다름’ 때문에 차별을 받는 일은 없어야 한다. 부모의 가난 때문에 공짜로 밥을 제공받는다는 수치심은 물론, 부모가 상대적으로 여유롭기에 밥을 구매해야 하는 역차별도 사라져야 한다. 이런 불편함들을 제거하는 것이 교육의 의무요, 학생 인권의 밑거름일 것이다. 급식이 권리라는 경기도교육청의 선언은 그래서 존중받아야 한다. 무상급식은 소중한 학생인권선언이다. 99
참고문헌
김대호 외, 무상급식과 보편주의, 2010
비판과 대안을 위한 사회복지학회, 批判과 代案을 위한 社會福祉學會 2010年 春季學術大會 2010.6, pp. 36~59(24pages)
김광호·이인숙 기자 경향신문 2010-03-12 (여 “재벌자녀 급식” 야 “낙인찍기 복지” 기사 참조)
초등학교 5,6학년 전원에게 무상 급식을 지원하겠다는 김상곤 경기도 교육감의 예산안이 큰 파장을 가져왔다. 이에 김문수 경기도 지사, 한나라당은 저소득층 자녀에게 무상 급식 지원부터 먼저 하는 것이 옳다며 반기를 들었다. 교육감의 권한인 예산 편성권이 경기도의회에서 민주, 민노당은 배제된 채 액수가 삭감되며 수정되었다. 그 처리과정 또한 날치기와 의장 출입 차단 등 폭력 국회와 같은 양상을 띠었다.
무상 급식의 예산 편성권이 수정되어 가결되는 과정은 비난 받아 마땅하다. 교육감의 권한인 예산 편성권을 침해하여 여당 의원들이 야당 의원을 배제한 채 도의회에서 수정하여 가결한 것은 위법이다. 그러나 저소득층 우선 지원이라는 취지는 그대로 둔 채 액수 삭감만을 공격하는 야당 의원들의 태도도 옳다고 할 수 없다. ‘한나라당은 부유하여 자신이 배 고파본 적 없어 남의 힘겨움을 모른다’ 는 식의 감정적인 이분법적 대응으로 일관하는 것이다. 만약 수정된 예산안이 취지는 그대로 인 채 액수를 삭감하지 않았더라면 과연 지금처럼 공격받았을까.
자신의 부모가 무능함을 증명해야 하는 상처 받을 아이들을 배려하고자 하는 김 교육감의 취지는 교육적으로 이상적이다. 하지만 이상이 실현되는 것은 충분한 여건이 뒷받침될 때의 이야기이다. 5,6학년 전원에게 무상 급식을 지원하려면 3000억원 가까운 막대한 재정이 들게 된다. 한정된 예산 안에서 다른 학년의 기초생활대상자, 차상위계층 관련 예산은 줄게 된다. 저소득층 자녀에게 급식을 먼저 제공하고 차차 전원 무상 급식으로 나아가자는 한나라당의 취지는 현실적이다. 현재 경기도를 포함해 각 시, 군에는 한 학교에 기초생활대상자만 1/3을 넘는 학교도 존재한다. 이런 상황에서 밥 위의 평등이라는 명목으로 5,6학년을 먼저 무상 급식 지원하는 것은 조금 성급하다.
반면 그 합리적 취지에 반해 액수가 삭감된 것은 의아하다. 각 도의원들은 차상위계층 가정 어린이의 한 달 생활비를 넘는 액수를 해외연수 하루치 비용으로 지급받는다. 우리가 자주 목격하게 되는 ‘멀쩡한 보도블록 갈기’와 같은 예산 낭비 액수만을 모아도 기존 예산안의 650억원을 그대로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국민 대다수가 반대하고 있는 4대강 살리기의 22조원을 떠올리면 굳이 왜 저소득층 자녀들의 급식 지원에 액수가 줄었어야 했는지는 쉽게 납득가지 않는다.
어린 시절 빈부의 격차로 인해 갖게 된 상처는 성인이 되어서도 우리의 무의식을 지배한다. 언젠가는 우리 사회에도 이러한 곳까지 세심한 배려가 이루어지는 성숙함이 이루어져야할 것이다. 하지만 현재 대한민국에서 이러한 트라우마까지 해결하기에는 우리의 생각을 넘어서는 막대한 수의 저소득층 자녀들이 존재한다. 모두가 주린 배를 함께 다 채울 수 있게 되면, 그때 밥 위의 평등도 실현되기를 기대한다.
교육권은 헌법이 정한 국민의 권리이자 의무다. 교육권의 주체는 학생, 학부모, 교사, 학교, 국가 등 다수다. 복수의 주체들의 교육권이 조화롭게 인정될 때, 참다운 교육이 실현된다. 하지만 교육과 관련한 모든 논의에서 무엇보다 중시돼야 하는 주체는 학생이다. 교육은 ‘학생의 인권’을 존중하고 확장시켜야 한다. 인권친화적 관점에서 볼 때, 교육 현장에서 학생들이 차별 없는 교육에 접근할 수 있는지의 여부는 교육의 질을 결정짓는 중요한 기준이다. 적어도 의무교육 기간 동안 ‘교육의 권리’는 시혜나 복지가 아닌 엄연한 권리다.
최근 급식을 학생의 ‘교육권’으로 새로이 정의하려는 시도가 좌절됐다. 경기도의회 교육위원회는 도교육청이 추진한 초등학교 56학년 전원 대상 무상급식 지원 예산 650억원을 전액 삭감했다. 대신 교육위원회는 저소득층 자녀 급식지원비로 149억원의 예산을 새로 책정했다. 절감된 예산으로 원어민 교사 확충 등 ‘교육의 질’을 높이고, 급식은 가난한 집 자녀를 위해 배려하자는 게 교육위원회의 주장이다. 무상급식을 사회 약자를 위한 복지 정책으로 간주한 데 따른 것이다. 반면 도교육청의 무상급식안은 급식을 교육권의 일부로 인정하자는 것이었다. 무상급식을 교육권으로 인정한 교육청과 복지로 이해한 교육위원회는 충돌할 수밖에 없었다.
학생의 급식은 교육권이다. 다시 말해, 학생들에게 공동으로 제공되는 급식은 학교에서 학생의 의무를 다하고 권리를 실현하기 위해 확보돼야 할 권리다. 학교 현장에서 차별받지 않고 교육받기 위해선, 학교 내에서 차별받지 않고 먹을 수 있어야 한다. 무상급식은 이를 가능케 하는 중요한 조건이다. 무상급식을 복지 정책으로 한정짓는 교육위원회의 발상 저변에는 ‘원래 가난하면 밥을 못 먹는 게 당연’하다는 인식이 깔려 있기 때문에 위험하다. 학교에서 사회약자를 위한 복지가 실현되는 건 좋은 일이다. 하지만 학교는 학생인권을 확장시켜야 할 교육 기관이다. 복지가 학생인권을 훼손하는 빌미가 돼서는 안된다.
우리나라는 중학교까지를 의무 교육기간으로 정하고 있다. 의무 교육이 실행되는 동안 학교는 학교 밖 세계의 차이들이 흐려지고, 학생들에게 동등한 권리가 보장되는 공간이다. 적어도 학교에선, 누구든 ‘다름’ 때문에 차별을 받는 일은 없어야 한다. 부모의 가난 때문에 공짜로 밥을 제공받는다는 수치심은 물론, 부모가 상대적으로 여유롭기에 밥을 구매해야 하는 역차별도 사라져야 한다. 이런 불편함들을 제거하는 것이 교육의 의무요, 학생 인권의 밑거름일 것이다. 급식이 권리라는 경기도교육청의 선언은 그래서 존중받아야 한다. 무상급식은 소중한 학생인권선언이다. 99
참고문헌
김대호 외, 무상급식과 보편주의, 2010
비판과 대안을 위한 사회복지학회, 批判과 代案을 위한 社會福祉學會 2010年 春季學術大會 2010.6, pp. 36~59(24pages)
김광호·이인숙 기자 경향신문 2010-03-12 (여 “재벌자녀 급식” 야 “낙인찍기 복지” 기사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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