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이후 환상시의 양상과 새로운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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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 재현적 진실과 환상적 리얼리티

2. 의미론적 언어체계의 위반

3. 동화적 상상력과 그로테스크

4. 대중매체와 가상현실의 새로운 소통전략

5. 탈현실의 합리화와 유희성에 대한 경계

본문내용

원숭이는 못 들은 척한다 원숭이는 나무 위에서 코코넛을 던지도록
프로그램 되어있다 원숭이도 달리 방법이 없는 것이다 이미
결정되어있다 원숭이는 내려오지 않는다 내가 올라가는 수밖에 없다
그것이 목적이라는 것을 중얼거리는데 쾅― 푸른 별들이 반짝인다
먹을 수도 없는 코코넛이 머리를 때린다
에너지가 부족하다 방금 코코넛이 에너지 막대를 반이나 깎았다
도저히 참을 수 없다 아프잖아 살살 던져 표정에 변화가 없다 원숭이는 어차피
나는 나무를 기어오른다 내 칼은 너무도 짧다 나무 꼭대기까지
올라가니까 그럭저럭 원숭이를 찌를 수 있게 되었다 푹―
단검으로 원숭이를 찌른다
원숭이는 눈물 한 방울 안 흘리고 나무 밑으로 떨어진다
나는 기분이 나빠져서나무 밑을 본다 뭐 어차피 그렇게 프로그램되어 있으니까
그녀, 공주를 구하러 가야만 한다 원숭이는 500점이다 보너스까지는 아직 멀었고
에너지는 별로 남아 있지 않다
- 서정학, 「비디오 게임/모험의 왕과 코코넛의 귀족들」
전문(『모험의 왕과 코코넛의 귀족들』, 문학과지성사, 1998)
이 시는 컴퓨터 게임이라는 가상 현실을 배경으로 <나>의 게임 전략을 서술하고 있다. 세계는 하나의 게임이고 주체는 이 게임 속의 프로그래밍된 질서를 따라 역할을 다하고 있을 뿐이다. 게임 속의 화면은 살아 있는 생명체들의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어서 현실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컴퓨터 언어가 만들어낸 가상 현실의 이미지에 불과하다. 하지만 오늘날 대중매체를 통해 사유하는 젊은 세대들에게 게임의 세계는 현실적 리얼리티 이상의 리얼리티를 지닌다. 게임의 법칙에 따라 ‘게임 속의 나’는 이동하고 싸우고 분노하고 죽기도 한다. 이러한 감정의 변화는 그대로 ‘현실 속의 나’에 투사됨으로써 환각의 세계는 너무도 자연스럽게 현실로 치환되어 버린다. 이는 환상이 “현실적으로 재현될 수 있는 세계도 아니지만 현실과 동떨어진, 현실과 다른 차원의 세계도 아니”라 “현실에 기초해서 현실을 변형·왜곡한 가상 세계”라는 점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따라서 오늘날 문학과 현실의 관계를 재정립하는 데 있어서 환상은 아주 중요한 키워드라는 점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90년대 이후 환상시의 모습은 이러한 점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을 결여함으로써 표피적인 현실인식에 머무르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5. 탈현실의 합리화와 유희성에 대한 경계
지금까지 90년대 이후 환상시의 양상과 의미에 대해 아주 개략적으로 살펴보았다. 다소 분류적이고 표층적인 해석에 머무르고 있다는 한계를 절감하지만, 90년대 이후 환상시의 대체적인 윤곽을 살펴보는 데는 크게 무리가 없을 듯하다. 다만 ‘양상과 의미’라는 원고청탁의 성격에 충실하다보니 환상시에 대한 좀더 엄정한 비판적 독해가 이루어지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래서 필자는 글을 마무리하면서 그 동안의 환상시, 혹은 환상문학이 지닌 몇 가지 문제점에 대해서 지적하고자 한다.
우선, 환상과 현실의 경계 지우기라는 환상문학의 기본적 성격이 재현적 진실을 거부함으로써 80년대 문학을 뛰어넘는 뚜렷한 차별성과 새로운 리얼리티를 드러냈다는 평가에 대해서는 좀더 엄밀하고 비판적인 시각이 필요할 듯하다. 문학과 현실의 관계는 단순히 ‘재현’이라는 리얼리즘적 관점을 넘어서는 새로운 관계정립이 필요하다. 그 동안 리얼리즘 문학에서 ‘재현’의 문제는 철저하게 ‘상상력’을 도외시함으로써 외면적 진실만을 강조해 왔다. 따라서 상상력을 통한 현실 변형은 외면적 진실을 왜곡하는 심각한 징후로 받아들여졌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 문학의 지형은 분명히 달라졌다. 활자에만 의존하던 글쓰기 방식이 변했고 문자적 소통으로서의 독서공간 역시 전혀 다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문학 속의 현실은 외적 환경 속의 보여진 현실을 넘어섬으로써 상상 속의 현실이나 가상적 현실까지도 포용하고 있다. 따라서 전통적 방식으로서의 현실만을 강조하는 것은 편협한 문학관이 될 수밖에 없다는 데는 크게 이견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보다 중요한 문제는 이러한 일련의 관점들이 치열한 현실인식의 결과로 나타난 것이라기보다는 탈현실을 무조건적으로 합리화함으로써 문학과 현실의 근원적 관계에 대한 진정성 있는 성찰을 외면하고 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지금 우리 문학이 현실을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하는가 하는 갱신의 차원에서 환상에 대한 접근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문학의 위기 담론이 대개 그러하듯 지나치게 문화적 현실에 편승해 버림으로써 그것을 통해서만 사유하고 비판하려는, 그래서 철저하게 탈현실을 합리화하는 양상으로 기울고 있다는 점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 때문에 ‘환상’은 현실의 ‘재현성’을 초극하는 진정성을 갖기보다는 기법적 ‘유희’에만 매달림으로써 극단적인 표피성을 드러내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환상시는 이러한 ‘유희성에 대한 경계’ 의식을 분명하게 견지해야만 한다. 문학지형의 변화가 기법의 변화까지 포괄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기법의 변화가 그 동안의 문학적 관습을 갱신하는 내적 성찰의 결과가 아니라 “문화산업의 메커니즘에 흠뻑 젖어버린 가장 천박한 대중화 전략”이라면 그것은 아주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우리의 대중문화는 ‘문화적 실천’보다는 ‘소비 주체로서의 대중의 확산’에 중심을 둠으로써 ‘대중적 문화’가 아닌 ‘대중의 문화’로서의 기형적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결국 90년대 이후 환상시, 혹은 환상문학은 “이미 대중들의 소비적 성향에 길들여져 있는 감각적인 것들”, 즉 “만화, 오락, 포르노, 엽기 등 오늘날 대중들에게 가장 친숙한 대중문화 장르”9)를 패러디하는 데 매몰되어 있다. 하지만 이러한 대중문화 추수의 경향은 “신선한 비누냄새만 날뿐, 진지한 땀냄새는 찾아볼 수 없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따라서 앞으로 환상시의 방향은 지나치게 유희적으로 흐르는 시작 태도를 철저하게 경계함으로써 문학과 현실의 관계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담아내야 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환상’은 ‘모방’과 마찬가지로 문학의 본질을 이루는 또 하나의 원리인 동시에 21세기를 사유하는 새로운 리얼리티라는 점을 보다 분명하게 인식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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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2007.03.01
  • 저작시기2007.3
  • 파일형식한글(hwp)
  • 자료번호#397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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